"속임수와 고된 일상, 그리고 깨져버린 꿈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지만 일과 관련 없는 일이 문제가 돼 돌아온 대기발령. 김숙 외교부 전 북미국장이 13일 발령 대기자가 되면서 읽은 한 편의 시(詩)가 외교부 내에서 화제다.

김 국장은 음주운전 전력으로 최근 두 차례나 승진에서 탈락, 비슷한 전력을 갖고도 임명된 장관들과 비교되면서 청와대 인사의 '이중 잣대' 논란을 낳았다.

"소회를 여러 마디 할 것 없이 시 한 편으로 소개하겠다"며 김 국장은 외교부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내용의 시를 한 편 읽어 내려갔다.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이 집무실에 걸어 놓았다는 미국 시인 맥스 어만의 'Desiderata(소망)'이었다.

"우둔하고 무지한 이들에게도 귀 기울이라/…시끄럽고 공격적인 사람은 피하라. 영혼을 괴롭히는 자들이다/…직무 수행에 신중함을 견지하도록 하라. 세상은 속임수로 가득하기 때문이다/…갑작스러운 불행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강인한 정신력을 키워라. 하지만 암울한 상상으로 스스로 의기소침해 지지는 말라/… 혼잡한 삶 가운데 당신의 노력과 열정이 무엇이든지, 영혼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하라. 속임수와 고된 일상, 그리고 깨져버린 꿈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므로 힘을 내라."

김 국장은 사석에서 "이 시를 읽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한다. 외교부의 어떤 직원들은 김 국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공무원들 운명이야 다 그런거지 뭐"라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