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츠하오톈(遲浩田) 전 국방부장,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 장 폴레오 전 주한 프랑스대사, 류치(劉淇) 베이징(北京) 시장, 마이크 토핑 전 뉴욕타임스 편집국장, 판징이(范敬宜) 전 인민일보 총편집…. 제주도 북제주군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분재예술원 ‘생각하는 정원’을 다녀간 외국 정치지도자, 외교관, 군인, 언론인들의 목록은 끝이 없다. “지난 10년 동안 1만6000여 명이 다녀갔다”는 게 원장 성범영(成范永·67)씨의 말이다.

'생각하는 정원'에 와서 감동을 받고 글과 서명을 남기고 간 외국 지도자들의 방명록만 무려 50권이 넘는다.

"이곳은 기적의 공원입니다… 이 정원은 정말로 특별한 곳입니다… 진짜 생각하는 정원이라는 이름이 어울립니다… 자연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영감을 얻고 갑니다… 마음을 열어주시고 정신을 평온하게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노고를 치하 드립니다…" 방명록엔 한결같이 성범영씨가 1968년부터 사재를 털어가며 평생을 바쳐 가꿔온 1만여 평 넓이의 분재공원 '생각하는 정원'에서 받은 충격과 감동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글귀와 서명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난 2000년 9월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함께 방문해서 둘러보고 남긴 글귀도 있다. "내 나라 내 조국을 위해 재능과 로력을 깡그리 바치자, 분재예술원을 고도의 인내를 가지고 가꾸신 성범영 내외분들에게 경의를 드린다."

"스스로를 '농부 외교관'이라고 불러보며 웃는다"는 성씨가 농부외교관 역할을 하기 시작한 건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때문이다. 1995년 11월 최초의 한국 방문에 나선 장 주석이 제주도에 들렀다가 '생각하는 정원'을 찾아왔다. 장 주석의 방문은 우연이 아닌 듯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장 주석이 '생각하는 정원'을 찾아온 날 아침에 이미 베이징(北京)에서 발행되는 인민일보에 당시 판징이(范敬宜) 총편집이 쓴 이 정원 관람기가 실려 있었고, 판 총편집은 이 글을 쓰기 위해 7개월 전인 그해 4월에 이 정원을 샅샅이 취재하고 갔었다.

"생각하는 정원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입니다. 장 주석이 다녀간 뒤로 중국 대륙 각지에서 방문객들이 줄을 잇더군요."

30분이던 정원 관람시간을 40분 초과해가며 나무와 돌들을 만져보고 질문하고 하던 장 주석은 귀국해서 "한국 제주도의 한 농부가 정부 지원도 없이 개척해서 이뤄놓은 것을 모두들 한 번씩 가서 보고 배우라"고 했다는 것이 성씨의 전언이다.

장 주석의 말을 들었는지 1998년 4월에는 후진타오 당시 국가부주석도 찾아왔다. 후 부주석은 150년 된 육송 한 그루를 직접 삽으로 흙을 떠서 심고, “이 육송처럼 중국과 한국의 우호관계가 높고 푸르게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즉석 연설을 하기도 했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두 사람의 방문은 '생각하는 정원'에 중국의 당과 정부 그리고 군 인사는 물론 중앙과 지방의 웬만한 행정책임자는 다들 한 번씩 찾아가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후 이 정원에는 중국인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2001년에는 미 CNN 방송의 '핫 스팟 시티 투어(Hot spot city tour)'에 소개됐고, 그때부터는 구경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의 국적이 전 세계 국가로 확대됐다.

"시골 농부라도 제 할 일은 있습니다. 세계의 손님들이 찾아오면서부터 손님 접대가 제 주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 길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면 최선을 다해 대접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지금도 제주시나 서귀포에서 이곳으로 연결되는 버스 편 하나 없다. 그래도 이 생각하는 정원은 국내에서보다도 외국에서 더 유명해진 듯 외국 정치지도자나 관리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 주한 외교사절들은 많이 올 때는 70명이 그룹을 이뤄 찾아온 일도 있다.

"글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본 분재나 중국 분재가 아닌 우리 한국의 분재를 정성을 다해 키우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외국 손님들이 오시면 차 한 잔, 식사 한 끼를 돈 안받고 정성껏 대접하는 것뿐입니다."

성범영씨는 17일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전 인민일보 총편집 판징이가 추천사를 쓴 중국어판 '생각하는 정원(思索之苑)' 출판기념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성씨는 그런 계획을 알려주면서 "글쎄요, 외교나 나무 키우는 일이나 꾸준히 공을 들여야 한다는 원리는 같지 않을까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