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Munich·10일 개봉)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최고작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가장 용기있는 작품임엔 틀림없다. '뮌헨'은 거대한 명성을 지닌 유태인 영화 감독이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으로 점철된 현대사를 응시하면서 내면의 탄식과 내부의 성찰을 정직하게 토해낸 역작이다.

이 영화는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인질극을 벌이다 11명의 이스라엘 선수를 살해했던 비극적 사건 이후의 상황을 그려낸다. 분노한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의 정예 요원 애브너(에릭 바나)에게 테러의 배후 인물 11명을 처단하는 임무를 맡긴다. 유럽으로 간 애브너는 조직원을 규합해 한 명씩 암살해나간다.

영화는 그 흔한 프롤로그조차 없이, 비극의 한 가운데서 건조하게 시작한다. 그리고 화해와 희망의 가능성조차 내비치지 않은 채 서늘하게 끝난다.

이스라엘에 대한 본능적 애정이 깔려 있긴 하지만, 작심하고 갈아세운 스필버그의 이성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항변을 극중 인물 대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암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죽는 자, 죽이는 자도 모두 따뜻한 피가 흐르는 누군가의 자식임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보복이 두려워진 애브너가 미친 듯이 침대 매트리스를 뜯고 텔레비전을 분해하는 장면은 프랜시스 코폴라의 영화 '도청'에서 그대로 따온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보복의 황폐한 종말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뮌헨'은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히 보여준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가해자의 피해의식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