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이 5일 ANZ레이디스마스터스 최종일 경기 연장전에서 우승 퍼팅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173㎝에 75㎏의 당당한 체구가 뒷모습만 바라보면 영락없는 박세리다. 별명도 '리틀 박세리'. 16세의 아마추어 양희영(영어이름 에이미 양)이 캐리 웹(호주)·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미야자토 아이(일본) 등 쟁쟁한 프로들을 물리치고 유럽여자프로골프(LET) 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양희영은 5일 호주 골드코스트 로열파인리조트 골프장(파72·6396야드)에서 열린 ANZ레이디스 마스터스(총상금 80만호주달러) 4라운드에서 캐서린 카트라이트(미국)와 동타(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인 18번홀(파4)에서 6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1년 2개월 전부터 호주에 유학 중인 양희영은 1~2라운드 36개홀에서 보기를 하나도 범하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선두로 뛰어올랐고, 3라운드까지 선두를 유지했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도 1홀과 3홀에서 버디를 엮어내는 등 순항을 계속했다.

그러나 10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면서 자칫 우승을 놓칠 뻔 했다. 8번홀에서 이글을 낚은 카트라이트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한 것. 마지막 18번 홀에선 카트라이트가 회심의 버디 롱퍼팅을 성공시키고 홀 아웃 한 데 비해 양희영은 보기를 범해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연장전의 부담감에 카트라이트가 먼저 무너졌다. 드라이버 샷을 벙커에 빠트렸다가 겨우 그린 앞쪽에 공을 올린 카트라이트는 버디를 놓쳤고, 양희영은 침착하게 우승 버디 퍼팅을 홀컵에 떨어뜨렸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양희영은 캐디인 아버지 양준모씨(42)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았다. 2004년 12월, 아버지는 딸 뒷바라지를 위해 직장인 충남 서산시의 서령고 체육교사를 포기하고 딸과 함께 보따리를 꾸렸다. 역시 교사인 어머니 장선희(42·서산고)씨는 중학생인 아들과 함께 국내에 남아 경제적 부담을 도맡아 왔다.

양희영이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수영장에 다니며 근처에 있는 골프연습장을 기웃거리며 관심을 보이다가 작은 할아버지로부터 중고 골프채 하나를 얻으면서 입문했다. 양희영은 지난해 뉴질랜드 여자아마추어대회와 호주 퀸즐랜드주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잇따라 우승, 이번 대회 초청장을 받았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우승상금 12만 호주달러(한화 약 9000만원)는 프로선수인 준우승자 카트라이트에게 돌아갔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 UCLA에 재학 중인 재미교포 아마추어 티파니 조도 출전, 마지막 날 17번홀에서 공동 선두에 나서는 등 맹활약 했으나, 18번홀의 보기로 공동 3위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 중에선 11번홀에서 이글을 기록한 문현희가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11위, 작년 신인왕인 박희영은 7언더파 281타로 공동 15위에 올랐다. 지은희는 4언더파로 공동 25위, 송보배는 2언더파로 공동 37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