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 사관학교’에서 시조를 익혀 등단한 조성문 김종훈 문수영 시인과 스승인 윤금초 시인(위쪽부터). 이덕훈기자 leedh@chosun.com

중견 시조 시인 윤금초씨가 운영하는 ‘민족시 사관학교(民族詩 士官學校)’가 시조(時調) 시단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학교 출신들이 올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을 독차지한 것이다. 지난 여름의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당선자까지 배출했으니 우리나라 3대 중앙일간지 시조 당선을 이 학교 삼총사가 휩쓴 것이다. 설 연휴 직후 윤금초 시인은 갓 등단한 제자 시인 조성문(조선), 김종훈(동아), 문수영(중앙)씨와 만나 ‘현대 시조의 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자 이상교 시인도 자리를 함께했다.

"시조는 형식만 정형시일 뿐, 담는 내용은 현대시와 다를 바 없다"고 스승 윤금초씨가 입을 뗐다. 이른바 '윤금초 사단'의 강점도 "동창이 밝았느냐…"에 머무는 고리타분한 시조가 아니라 옛 그릇에 오늘의 정서를 담아내는 새로움에 있다.

제자 조성문(인천 인항고 교사)씨는 "노벨 문학상이 한국에 돌아온다면 당연히 시조 시인이 받아야 한다"고 했고, 김종훈(울산 신정초등 교사)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시조 말고 현대 시조를 외우게 해야 시조는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인식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시조 시인으로 변신한 문수영(고려대 인문정보대학원생)씨는 "우연히 박물관에서 시와 시조 시화전을 본 뒤 머리에 시조만 남았던 적이 있다"며 한국인의 심성에 내재된 시조의 문향(文香)을 표현했다.

제자들은 내친김에 시조를 홀대하는 세태에 불만을 토로했다. 문단에서 시인이 5000여 명이라면, 시조 시인은 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시조를 쓴다고 하니까. 시조창(時調唱)을 해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문단에서도 시에 비해 시조를 폄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심지어 문예창작학과에서 수강생이 적다는 이유로 시조 강좌가 없어지고 있다"….

그러자 이상교 시인은 "시조의 율격이 절제와 균형미를 잡아주기 때문에 논술 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시조 활용론을 강조했다.

'윤금초 사단'의 시인들은 등단 이후에도 여전히 매주 목요일 '서울시 교원 총연합회' 연수실에서 열리는 강의에 수강생으로 나와 계속 배우고 있다. 지방에 사는 통신반 회원들은 전자 우편으로 작품을 보낸 뒤 매주 마지막 일요일에 모여 집단 지도를 받는다.

윤금초 시인은 "그래도 우리 학교에는 50~60명의 수강생이 오고 있다"며 "강원도 원주에서 3시간씩 기차를 타고 오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봄가을이면 시흥(詩興)이 돋는 탓인지 수강생이 늘어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