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열린우리당 의장 예비경선을 앞두고, 경쟁후보를 밀어내기 위한 ‘배제 투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예비경선의 투표권자는 의원, 상무위원 등 500여명이다.

1인당 3표씩 행사한다. 배제 투표란 A후보 지지자가 A후보를 찍고 난 뒤 나머지 두 표를 경쟁 후보에게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은밀히, 또는 다른 후보와의 연대를 통해 지지자에게 암시를 주고 있다.

예비 경선에선 9명의 후보 중 1명만 떨어진다. 그러나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김근태 의원은 1위를 하기 위해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고 당의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 후보는 찍지 마세요"

정 전 장관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1순위 지지표는 압도적인데, 2순위 표는 못 받아 역전이 됐다. 함정에 걸렸다"고 했다. 지지층에 "2·3순위 표를 김 의원에게 주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정 전 장관측은 "지지자의 절반이 김 의원에게 2순위 투표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표 단속에 들어갈 뜻을 비쳤다.

김 의원측은 지지층의 10~15% 정도만 정 전 장관에게 2순위 투표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야파 의원은 "정 전 장관에게 표를 주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른 상호 비방전도 거세지고 있다. 정 전 의원측은 27일 "김 의원은 지방선거는 안중에도 없이 네 탓 논란만 벌이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측은 "당권파로서 (지지율 하락에)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떠오르는 3자 연대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정동영 지지층의 30%가 2순위 표에서 김혁규·임종석 지지로 가고, 김혁규 지지층의 65%가 정동영 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김두관 지지층도 2순위 표의 60%를 서로 나눠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에서도 배제 투표 효과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는 정 전 장관이 김혁규·임종석 의원과, 김 의원이 김부겸 의원·김두관 전 특보와 연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유력하다. 노선, 출신 지역 등으로 짝지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번 경선은 전북(정동영)-전남(임종석)-경남(김혁규)으로 이어지는 ‘ㄴ자형’과 서울(김근태)-경북(김부겸)-경남(김두관)의 ‘ㄱ자형’ 연대가 대결하는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