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원에 반찬 12가지!'란 문구로 손님을 유혹하는 식당들이 있다. 푸짐한 한 상을 기대하고 식당을 찾은 손님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말만 열두 가지지. 소시지 볶음, 소시지 부침, 햄 구이… 이런 식으로 비슷비슷한 거 몇 가지에 구색으로 반찬 같지도 않은 반찬 몇 가지.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속담만 확인하게 마련이다.
자, 그런데 이런 일은 사실 식당만이 아니라 영화관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요즘 극장들 치고 멀티플렉스 아닌 데가 없다. 그리고 이런 멀티플렉스를 보면 스크린 수가 열 개네, 열 두개네, 열다섯 개네, 규모 자랑들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렇게 스크린 수 많은 데 가면 진짜 입맛대로 영화 골라보겠구나,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 보라고. 스크린이 열 다섯 개면 뭐 하냐고. 잘나가는 영화 두 세 가지가 큼직한 스크린을 다 잡아 먹고 있고, 나머지 영화들은 동네 소극장 만한 작은 스크린에서 초라하게 구색이나 맞추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런 멀티플렉스들은 몇몇 재벌들이 독점하고 있는 판이라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멀티플렉스 재벌들 치고 영화 제작이나 배급 안 하는 데가 없으니, 자기들이 만든 영화는 우선권을 갖기 쉽고, 때로는 난데없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영화도 나오게 마련이다.
이번에 새우등 터진 영화가 바로 '홀리데이'. CGV를 갖고 있는 CJ 재벌과 요즘 떠오르는 멀티플렉스의 다크호스, 롯데 재벌의 신경전 속에서 난데없이 '홀리데이'가 4일 만에 CGV에서 간판을 내려 버린 거다. 다행이 문제가 해결돼서 다시 CGV 스크린에 걸리게는 됐지만…. 그야말로 시청률 20% 정도 해주던 드라마가 노출 사고도 없었는데 갑자기 조기 종영된 꼴이다.
이렇게 무늬만 멀티플렉스일 바에야, 아예 알기 쉽게 극장 이름을 바꿔주면 어떨까? '투사부일체 상영관', '왕의 남자 상영관' 이런 식으로 말이지.
(KBS 2FM '가요광장'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