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실시된 캐나다 총선에서 제1야당인 보수당이 집권 자유당을 누르고 제1당을 차지했다.
이로써 근 13년간 자유당이 집권한 캐나다는 이제 국내 정책에서 우(右)전환이, 외교정책에서는 친미 노선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폴 마틴(Paul Martin·67) 총리는 집권 3년 만에 보수당의 40대 당수인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46)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선관위는 24일 새벽 하원 308석 중 보수당이 124석, 자유당이 103석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 외에 퀘벡분리주의당이 51석, 신민주당이 29석, 무소속 1석이었다.
하퍼 당수는 승리가 확정된 후 "국민들은 우리 당이 변화를 주도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은 정부를 내세운 보수당이 집권함에 따라 세금·건강보험·낙태·동성애 결혼 등에 있어서 정책 전환이 예고된다. 경제학자 출신인 하퍼 보수당 당수는 낙태·동성애 결혼에 강경한 반대 입장이며 선거 기간 중 감세와 사회복지프로그램 개혁을 공약했다.
최근 마찰을 계속해온 대미 관계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마틴 총리는 부시 정부의 이라크전과 교토의정서 비준 거부, 대륙간탄도미사일 규제 계획에 반대하는 등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온 반면, 하퍼 총리 예정자는 부시 정부와 입장을 같이해 왔다.
보수당은 최대 인구 거주지인 온타리오와 불어권인 퀘벡주에서 대승했다고 BBC는 전했다. 유권자들은 장기 집권한 자유당이 약속은 실천하지 않고 부패 스캔들을 반복해 온 데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캐나다의 정치평론가인 앨런 보너는 "보수당은 하루에 메시지 하나씩 던지는 전통적인 선거운동을 훌륭하게 펼쳤다"며 "아무도 정책은 기억하지 않았지만,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점은 기억했다"고 말했다. 또 그전까지 대중에게 극단적인 친미 우파 정치인으로 인식됐던 하퍼 당수도 이번 선거 기간 중에 뚜렷한 국가 비전을 가진 전향적 보수파로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반면에, 재무장관으로 재직시 능력을 인정받아 총리까지 됐던 마틴 총리는 8년 연속의 흑자재정 등 순탄한 경제 성적에도 불구하고 국정 운영에는 낙제점을 받았다. 그는 몬트리올 지역에서 재선에는 성공했다. 또 자유당의 차기 당수로 주목되던 마이클 이그나티에프(Ignatieff)도 토론토 외곽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한 보수당은 과반 의석(155석)을 확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따라서 연정이 불가피하며, 여소야대 의회를 상대로 국정 파트너로 어느 당을 택할지 고심해야 할 형편이다. 좌파인 신민주당은 보수당과의 연정에 부정적이고, 퀘벡주의 분리를 지향하는 퀘벡분리주의당도 연방주의를 추구하는 보수당과 연정을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