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린 핌 베어벡(사진) 수석코치가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손짓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훈련장에 모인 선수들에게 몇 마디 하고는 냉정한 관찰자로 돌아간다. 이때부터 베어벡 코치가 나선다.
"더 빨리 뛰어 봐" "드리블이 느려"… 베어벡 코치의 지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축구 대표팀 코칭 스태프의 해외전지훈련 풍경이다.
베어벡 코치에게는 '비서실장'이라는 직함이 어울린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밑그림을 그리면 마무리 색칠을 하는 식이다. 이번 전지훈련의 방 배정도 그가 했다. 고교 동창인 이천수와 최태욱을 한방에 넣었고,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동진과 조원희를 같이 지내게 해줬다. 식사시간에 선수들은 특별한 지시가 없으면 대개 연령대별로 앉는다고 한다.
그의 깊은 눈매에는 힘이 담겨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경험을 살려 아드보카트 감독이 한국 모드로 전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언뜻 보면 차가운 인상이지만 소탈한 성격이어서 선수들도 잘 따른다. 지인도 많다.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의 기술이사였던 친구 에드워즈 롭 반씨를 통해 토고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고,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난 그리스, 핀란드 코칭스태프와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당신의 역할이 큰 것 같다"는 질문에 베어벡 코치는 "나는 결코 감독이 아니고 보좌역일 뿐이다"라고 답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손진석기자 aur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