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살림’과 ‘대화’뿐 아니라 ‘육아’의 관문이 버티고 있다. “카리스마 하나만 있어도 집안을 다스릴 수 있다”고 믿었던 한국의 아버지들. 육아란 아내의 주무(主務), 당신에겐 가욋일이었기에 자녀와 점점 멀어져 갔던 아버지들. 돌보거나 놀아주지 않아 ‘안기고 싶지 않은 아빠’를 자초했다. 그러나 세상과 부모를 처음 만나는 영유아기 아이들에겐 아버지의 관심이 특히 중요한 시기. 아빠의 살가운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아버지를 “내 아빠 맞나?”하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아이와 교감하는 법을 모르는 아버지들은 은퇴 후 손주에게도 환영 받지 못한다. 할머니만 따라다니는 손자, 엄마 품에만 안기는 손녀를 보며 뒤에서 허한 미소만 지어야 한다.

아이와 친구가 되려면 먼저 아이가 돼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건 ‘오버(over)’. 오버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외손자 준우와 ‘누가 누가 입 큰가’ ‘달려 달려 말 타기’ 놀이 하는 배우 양택조.

연기자 양택조(67)도 자녀에게 엄하기만 했던 한국의 아버지다. 하지만 손주에겐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할아버지다. “큰아들이 여섯 살 때였나. 김치를 하도 안 먹어서 그 아이 밥공기에 김치 사발을 엎어버렸어. 그리곤 ‘먹어! 안 먹어?’ 하며 다그쳤지.” 자분자분 달래는 법 모르고 명령하는 법만 알았던 양택조는 그 때 그 일을 한 없이 후회한다. 그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아들은 김치를 입에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큰 아들과 두 딸이 선사해준 손자 손녀가 벌써 넷. 손주보기 경력 6년차의 베테랑 할아버지를 자부한다. 지난 4월 외아들 형석(37)씨의 간을 이식 받고 간경화 위기를 넘긴 터라 자식들이 선물 해준 손자 손녀들이 더 애틋하다.

“아이들하고 있을 땐 동심으로 돌아가게 돼.” 가족 누구보다 아이들과 마음이 통한다는 양택조는 첫 손녀가 태어났을 땐 2개월간 기저귀 갈고 분유 먹이며 키우다시피 했다. 지난 13일엔 세살배기 외손자(장준우·생후31개월)와 친구처럼 뒹굴었다. 놀이 코치는 EBS ‘딩동댕 유치원’의 ‘뚝딱이 아빠’로 알려진 개그맨 김종석(‘아빠가 놀아주면 아이는 확 달라진다’ 저자)씨가 맡았다.

“하부(할아버지) 하부, 신시메(심심해).” 장난감 말을 탄 손자는 잔뜩 뿔이 나있다. 할아버지는 걱정이다. ‘애 엄마는 대체 언제 오는거야. 언제까지 말만 태우고 있지? 저 녀석 빨리 잠이나 자지. 시간은 안 가고 죽갔네~’ 재롱 피우는 손주 보면 마냥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같이 놀아주려니 할아버지 노릇도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만 재롱 피우란 법 없다. 먼저 ‘오버(over)’해야 아이들도 신이 나서 ‘까르르’ 웃는다. 아이 앞에서 ‘까꿍’ 한번 말해보고 노래 같이 불러보자. 어렵지 않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아이가 되니까.

“빙수야~ 팥빙수야~♬”

할아버지가 준우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다. 낯선 사람들 때문에 동그래졌던 준우의 두 눈이 곧바로 반달이 됐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박수를 치며 ‘좋아라’한다. “애들하고 가장 쉽게 친해지는 법은 바로 ‘노래 테이프’에요. 카세트 틀어 놓고 큰소리로 따라 불러주면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양택조는 테이프 하나로 1시간, 동화책으로 1시간이 거뜬하다고 했다. “언어랑 정서 발달에도 좋죠.” 뚝딱이 아빠 김종석이 거들었다. 20여년간 어린이 프로만 출연하며 한 우물을 판 김종석은 현재 성균관대 유아교육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놀이에도 변화가 필요해요.” 뚝딱이 아빠가 여러가지 놀이를 제안했다. 먼저 거꾸로 세상보여주기. 준우의 두 다리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물구나무를 세웠다. “크흐흐 거꼬로(거꾸로)다아!” 준우가 만세를 부르며 킬킬댔다. ‘무동 태우기’도 좋다. 높고 넓은 세상을 구경하게 해 시야를 넓혀주는 교육효과가 있다. “아빠나 할아버지가 조금 과격한 놀이를 해 주면 ‘성(性)의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남아건 여아건 여성성만 배우는 게 아니라 남성성도 배우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말타기’ 놀이를 시도하는 양택조. 말 흉내를 내며 준우를 태우려고 하자 준우가 한번 올라가보더니 일그러진 표정으로 내려왔다. “싫어싫어 안해, 안해!” 할아버지는 “괜찮아, 타봐” 하며 팔을 끌었지만 준우는 팔을 흔들어 뺐다. 뚝딱이 아빠는 준우의 관심을 돌렸다.

“어? 준우야 여기 봐바~ 새야 새!” 준우의 얼굴에 다시 호기심이 고였다. “손가락으로 그림자 새를 만드는거야. 이건 뭐게? 여우! 하하.” 그림자 놀이로 환심을 사고 다시 “말타기 할까?”하자 준우가 서슴없이 올라탔다. “처음엔 높은 곳에 오르는 게 무서웠나봐요. 하기 싫어할 땐 억지로 시키지 말고 다른 데로 시선을 뺏어야 해요.”

김치 먹기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일 땐 “너 이거 먹어야 돼!” 하고 다그치면 아이는 반항심만 생긴다. 부드럽게 “아~ 먹을까?”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가위바위보 해서 이기는 사람이 이거 먹는 거야~”하며 게임을 유도하면 좋다. “야 내가 이겼다. 우와 맛있다. 어, 이번엔 준우가 이겼네! 좋겠다~”하면서 입에 김치를 넣어 주고 곧바로 밥과 국 등을 주면 아이는 얼떨결에 김치 맛을 배우게 된다.

떼 쓰는 아이도 ‘놀이’로 달랠 수 있다. 먼저 왜 떼를 쓰는지 충분히 들어주고 차근차근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우리 가면 놀이할까? 아님 마술놀이 할까?”하며 관심사를 돌리는 게 좋다. “아이가 엄마나 할머니만 찾으며 운다면 아이가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에요. 아빠는 반성하고 부단히 노력해서 ‘놀이’로서 아이와 친밀감을 쌓아야 합니다.” 뚝딱이 아빠는 “놀이는 머리를 좋게 하고 감성과 지성을 높일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한마디로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씀. 하지만 구하기 어렵지도, 맛이 쓰지도 않다. “우리 주변에 눈에 띄는 모든 것이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시시한 것 같아도 무엇이든 재미있게 하다 보면 아이에겐 더 없이 좋은 교육이 된답니다.”

초보 아빠, 신생아 필수 상식
● 기저귀 채우기=분을 골고루 바르고 엉덩이 아래 주먹만큼 공간이 생기도록 채운다. 대변은 발견되면 즉시 갈아준다. '밝은 황토색 변'인지 확인하고 설사라면 스트레스·이유식·질병 등을 의심한다. 걷기 시작하면 소형 변기을 준비해 '가리는 법'을 연습시킨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분유 타기=아이가 보챌 때 바로 먹인다. 분유통에 적힌 분량을 지켜 미지근하게 탄다. 젖병을 물린 채 재우지 않는다. 야채·과일로 만든 이유식은 10개월 이후가 안전. 너무 빨리 시작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 목욕 시키기=실내온도는 24도 이상으로 하고 이불·수건·옷·기저귀·목욕용품을 미리 준비한다. 물 온도는 40도가 안전. 옷을 입힌 채 머리를 감기고 옷을 벗긴 후 엉덩이부터 천천히 몸을 담가 몸을 씻긴다. 목욕 후 바로 옷을 입히고 보리차나 분유로 수분을 보충한다.
온도계는 필수=실내온도는 18~21도가 적당. 아기 체온을 수시로 체크하고 37도 이상 넘어가면 감기·소화불량 등을 의심한다. 아기머리 정수리는 '숨구멍'이다. 입이 달렸다고 생각하고 늘 쾌적하게 해줘야 한다.
● 아이가 울 때=먼저 기저귀를 확인하고 그치지 않으면 배고픈지 확인한다. 젖병도 마다하면 잠을 재운다. 절대 아이를 흔들며 달래지 말 것. 뇌에 좋지 않다. 그래도 울면 배가 아픈지, 목이 부었는지 살피고 열이 나면(37도 이상) 병원으로 가야 한다.

뚝딱이 아빠가 제안하는 놀이 ('아빠기 놀아주면 아이는 확 달라진다' 中)
● 머리가 좋아지는 놀이
젓가락 놀이, 종이 오리기, 짝 맞추기 놀이(양말, 신발), 간판 읽기 놀이, 모래 위에 글자 쓰기, 알파벳 점수 놀이(알파벳에 점수를 주고 'LOVE'는 몇점일까?), 바둑알 뺏기 놀이(주사위 숫자만큼 상대 바둑알 뺏어오기), 은행놀이, 슈퍼마켓 놀이, 자석놀이, 집안에 숨은 도형 찾기
성격이 좋아지는 놀이
● 청소놀이(구역을 나눠 누가 더 잘하나 음악에 맞춰 청소), 인사 놀이, 전화 받기 놀이, 기차 놀이, 신문지 위에 올라서기(계속 반으로 접어 점점 작아지는 신문 위에 두 명이 함께 올라간다)
● 감성이 풍부해지는 놀이
제기 놀이, 연날리기, 손도장·발도장 찍기(물감 묻혀 전지 위에 찍기), 재활용 장난감 만들기, 숟가락·젓가락 연주, 노래 이어 부르기.
● 두려움을 없애는 놀이
높은 곳 올라가기, 발 높이 차기, 병원 놀이, 웅변 놀이, 복식 호흡 놀이, '아에이오우' 소리치기 놀이, 그림일기 쓰기, 대화의 방 만들어 대화하기, 친구 집 놀러가기.
● 상상력을 키워주는 놀이
동화 속 주인공 돼보기, 이야기 이어 말하기, 등장인물 따라하기, 그림책 도미노 놀이, 가면 놀이, 마술 놀이.
● 건강이 좋아지는 놀이
노래 부르며 씻기, 아빠와 목욕하기, 누가 오래 씹나 내기하기, 음식냄새 말로 표현하기, 마사지 놀이, 간지럼 태우기, 불 끄고 이불 속 들어가기, 요가·체조·훌라후프 놀이, 징검다리 뛰기, 공 주고 받기.
● 게임·컴퓨터 중독을 끊어주는 놀이
철봉 매달리기, 여러가지 돌멩이 모으기, 알까기(바둑알 쳐서 밀어내기), 블록 쌓기, 박물관 관람, 스포츠 관람
● 자연과 친해지는 놀이
식물원·동물원 가기, 콩나물 키우기, 화단 가꾸기
● 장애가 있는 아이를 위한 놀이
비밀상자놀이(구멍 뚫은 상자에 물건을 넣고 만져서 맞춰보기), 그림 그리며 상상하기(원하는 상황을 상상해 표현하기), 연극 놀이, 같은 그림 찾기, 바둑 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