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감독인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이 싹싹 빌었다.

'선수 흉보기'가 화근이었다. 전말은 이렇다. 얼마 전 타블로이드지인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아랍계 기자가 대부호로 위장, 에릭손에게 접근했다. 그 기자는 "구단을 사려는데, 내 밑에서 감독을 맡겠느냐", "얼마면 되겠느냐"며 에릭손 감독을 유혹했다. 돈 욕심이 많은 걸로 알려진 에릭손 감독은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는지, 그 와중에 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너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은 팀에서 좌절하고 있다. 내 전화 한 통이면 영국으로 다시 돌아올 거다", "마이클 오언(뉴캐슬)은 돈에 팔려가 팀 생활에 별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 웨인 루니를 가리켜선 "가난한 집안 출신에 성질도 더러워 복싱선수인 아버지를 따라 복싱이나 배웠으면 딱이다"고 깎아내렸고, 리오 퍼디낸드(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게으르기 짝이 없다"고 혹평했다. 션 라이트 필립스(첼시)를 두곤 "가장 고평가됐으며, 첼시는 지금 헛돈을 뿌렸다"고 말했다.

에릭손 감독은 여과 없이 보도된 자신의 발언을 읽은 뒤 베컴 등 모든 선수들에게 밤새 사과 전화를 돌려야 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심 월드컵 우승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는 잉글랜드 국민들은 에릭손의 '망언'에 분노하고 있다. 월드컵을 5개월 남겨놓은 시점에서 대표팀 사기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비난이 넘친다. 일부에선 "당장 갈아치우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이 영입 1순위로 꼽히지만 몇 년 전 비서와 혼외정사 스캔들을 일으켰던 에릭손 감독이 또 말썽을 일으키자 외국인 감독에 대한 이미지가 최악으로 떨어졌다. 에릭손 감독이 '위장 취재'에 호되게 당했다는 동정 여론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입은 조심하고 볼 일이다.

(맨체스터(영국)=최보윤특파원 spic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