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3일 철저 수사하라고 지시한 정당의 '가짜당원' 모집 문제가 본격적으로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16일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을 압수수색하자, 한나라당이 "한나라당으로 들어오기 위한 수순 밟기"라고 반발했다. 이 문제는 최근 관악갑 지역 열린우리당이 다른 사람의 계좌로부터 당비를 빼낸 사실이 폭로되면서 불거진 바 있다. 이런 행위는 각종 당내 경선에서 서로 당원을 많이 동원하려는 경쟁에서 비롯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2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관 3명이 법원의 영장을 들고 와 문제가 된 서울 봉천본동의 여당 당원 명부와 입당원서 156장을 압수했다.
수사기관이 당원 모집과 관련해 집권 여당의 당원 명부를 압수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여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료 제출에 얼마든지 협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경찰이 '압수수색'이라는 강경책을 동원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고, 결국 한나라당이 표적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는 "엄청난 비리 사건도 아닌데 정당에 대한 압수수색이라는 것 자체를 동의할 수 없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차피 (여당과 수사기관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최연희 사무총장은 "정당 명부는 정당의 생명으로 가장 중요한 기밀사항인데 이걸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야당 탄압이 될 수 있다"고 했고, 김재원 기획위원장도 "문제가 된 당원 몇 명의 것만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그 지역구의 당원 명부를 다 가져간 것을 보면 한나라당으로 오기 위한 수순 밟기"라고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박기춘 사무총장 대행은 "이번 압수수색은 우리 당이 자발적으로 수사의뢰를 한 데 따른 것"이라며 "야당 탄압 주장은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했다. 다른 핵심 당직자는 "한나라당도 수사대상이 될 것 같으니까 도둑이 제 발 저려서 저러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은 법에 정해진 절차라는 입장이다. 수사기관이 당원 명부를 조사하려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정당법 24조)는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의 수사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찰 고위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관악구 봉천동 사건은 구체적인 범죄단서가 있어서 했던 것이고, 한나라당은 그런 게 없지 않으냐"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를 뒤집으면 한나라당에서도 범죄단서가 나오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하겠다는 말이 된다. 이미 중앙선관위는 올 초까지 한나라당의 당비 대납 사례 5건을 적발, 이 중 3건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했다. 2건은 작년 5월과 7월 각각 고발·수사 의뢰된 사건이지만, 충남 홍성의 군수 출마 예정자가 관련된 불법 당원 모집사건은 지난 4일 고발조치돼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국적인 수사에 착수한다면 이런 사건들뿐 아니라 35만명에 이르는 한나라당 책임당원 모집과정 전체가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