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1998년 개정헌법 전문은 김일성이 1930년대 이후 항일 혁명투쟁을 이끌어 온 결과 '주체(主體)의 나라'가 건국됐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냉전사(冷戰史) 전문가인 저자는 최근 기밀 해제된 구(舊)소련 문서를 통해 이는 '정치 신화'임을 입증한다. 북한은 1948년 주둔한 소련 제25군의 지도 아래 형성됐다. 스티코프·로마넨코·코비젠코 등 소련군 정치장교들은 치안기관과 군조직, 사법·입법·행정·정당의 창설을 주도했다. 북한 헌법은 모스크바 교외에 있는 스탈린 별장에서 만들어졌으며, 스탈린은 그 일부를 직접 집필했다.

6·25전쟁의 휴전을 반대한 스탈린의 행동, 1956년 북한에서 발생한 김일성 제거 쿠데타 기도를 서술한 대목도 흥미롭다. 핵개발을 서둘렀던 1940년대 후반의 소련과 1950년대 중국처럼 1990년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추진은 여지없이 대량 기아사태를 발생시켰다는 관점도 주목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와 최근 6자회담의 전망까지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서술한 냉전사의 교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