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리나는 폭설이 웬만큼 잦아들던 지난해 12월 말, 집 뒤 장독대 눈을 치우러 가던 조모(69·서천군 서면 원두리) 할머니 위로 함석지붕 위의 눈더미가 무너져 내렸다. 물받이도 없는 지붕 위로부터 쏟아진 눈.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굴뚝까지 무너뜨린 눈의 무게를 이겨낼 수 없었다. 경찰은 "할머니는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뒤 저체온증과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달 3일 발견될 때까지 6~7일간 눈 속에 묻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주 마실 나오던 분인디…. 12월 27일쯤부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지유." 원두리 동포마을 박선호(67) 이장은 "대문이 열린 채 집 현관만 잠겨 있어 처음엔 어디 잠깐 다니러 가신 줄 알았다"며 "걱정이 돼서 지난 2일 경기도 안산 사는 둘째 아들에게 연락했다"고 했다.

아들 이모(50)씨는 연락을 받은 그날 밤 부랴부랴 시골집으로 내려왔다. 인근의 친지에게 전화를 돌리고 집 주변도 찾아봤지만 어머니는 없었다. 다음날인 3일 아침 8시30분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아들은 무릎께까지 눈이 쌓인 집 뒤 응달을 돌아보다 유독 한 곳만 볼록한 것을 발견했다. 30㎝쯤 눈을 파헤치자, 평소 즐겨 쓰던 어머니의 털모자가 보였다. 행적이 끊긴 뒤 발견될 때까지, 이미 6~7일이 지난 뒤였다.

조 할머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어머니'였다. 평생을 바쳐 길러낸 3남2녀의 자녀들은 강원도와 수도권 등에 흩어져 살았다. 할머니는 남편이 2004년 사망한 뒤 남의 손을 빌려 1000평 정도 논농사를 지으며 고향에 홀로 머물렀다. 막내아들이 지난 12월초 다녀가는 등 자녀들은 자주 찾아오는 편이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지유. 어찌 그리 허무하게 가나 싶고…."

김모(75) 할머니처럼, 많은 주민들이 아무도 지켜보지 않은 가운데 세상을 떠야 했던 이 죽음을 몹시 안타까워했다. 동포마을도 여느 시골처럼 홀로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다. 총 55가구 중 무려 15가구가 신체가 허약해진 독거노인이다. 가족과 주민들은 지난 5일 오열하며 조 할머니의 장례를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