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나리(20)가 돌아왔다. 미국 이름은 나오미 나리 남. 1999년 전미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만 13세의 나이로 2위를 하며 은반 요정으로 떠올랐던 한국계 이민 2세. 부상으로 빙판을 떠나 있다가 6년여 만에 컴백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싱글 종목이 아닌 페어로 전향, 테미스토클레스 레프테리스(23)와 함께 전미 피겨선수권에 도전했다. 둘은 12일(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56.63점)를 했다. 다음달 열리는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출전 자격은 2위까지만 주어지지만, 남나리-레프테리스 조와 2위인 마시 힌즈만-애런 파첨(57.41점)의 점수차는 1점도 안 돼 14일의 프리 스케이트 성적에 따라 '뒤집기'도 노릴 수 있게 됐다.

'제2의 미셸 콴'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던 남나리는 엉덩이 관절 탈구와 연골 파열 증세로 2001년 수술을 받았다. 특기인 점프를 연마하느라 자주 얼음판에 엉덩방아를 찧었던 탓이었다.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메달 후보로 꼽혔던 터라 충격이 더 컸다.

부상 회복은 더뎠다. 남나리는 평범한 10대 소녀로 돌아가 학교에 다니고, LA 근교 어바인에 있는 집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에스프레소 등을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스케이팅에 대한 사랑만큼은 그대로였다. 파트타임 클럽 코치로 세 살에서 열세 살까지의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복귀를 꿈꿨다. 올림픽 출전은 여섯 살 때부터 간직해왔던 소망이었다.

남나리는 작년 4월 친구의 소개로 레프테리스를 만나 페어로 전향할 것을 결심했다. 원래 페어 경기를 즐겨 보고 좋아했다고 한다. 작년 4월 처음 짝을 이룬 둘은 훈련 시간이 9개월에 불과해 당초 2010년 올림픽을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12일의 쇼트프로그램에서 둘은 화려한 3회전 동시 점프와 회전 연기를 선보이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키 1m43의 13세 소녀에서 1m53의 스무살 여인으로 성장한 남나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것 같다. 무대 위의 조명을 즐기지만 이젠 그걸 나눠 가질 수 있다"며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