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해부터 차세대 리더들의 각축이 뜨겁다. 최근 르 피가로 마가진이 여론조사기관 TNS에 의뢰한 조사에선 여당의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 야당의 사회당 소속 여성 정치인 세골렌 루아얄 의원이 각각 좌우 진영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두 사람은 1953년생 동갑내기다.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부 장관은 지지율이 9%포인트 하락했다.
우파 집권당 빌팽 총리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우파의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데에는 작년 프랑스 소요 사태 때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과격한 강경 발언으로 실점(失點)한 데 따른 '반사(反射) 이익'의 효과도 있다. 주간지 파리 마치 최근호에 실린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1004명 중 58%가 빌팽 총리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다.
빌팽이 지난해 5월 말 총리로 취임한 이후 지지도가 계속 상승해 최고치를 보였다. 또 응답자의 66%는 빌팽 총리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사르코지에 대한 호감(60%)을 앞섰다.
지난 10일 오후 3시 총리공관인 오텔 드 마티뇽에서 열린 기자회견. 그에 대한 관심으로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참석한 자리에서 빌팽은 '2006 함께 나아가자'는 로고 앞에서 "2006년은 프랑스에 참여의 해, 진실의 해, 용기와 결단의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06년은 프랑스와 전 세계에 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우리 스스로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빌팽 총리는 청년 실업, 경쟁력 약화 등의 문제를 솔직히 지적하면서도 "(실업) 전쟁에서 우리는 한걸음씩 진군하고 있어 올해 구체적 결실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날 회견을 지켜 본 프랑스의 좌파 신문 뤼마니테의 장 르 라가덱 정치담당 기자는 "사르코지에 비해 합리적인 인상을 준다는 점이 빌팽의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빌팽 총리는 정통 외무 관료 출신의 엘리트로, 시라크 대통령의 오른팔이다. 외무장관, 내무장관을 거쳐 지난해 프랑스의 유럽헌법 부결 사태 이후 총리로 발탁됐다. 아직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그와 사르코지가 벌일 대결은 이미 프랑스 정계의 최대 관심사다.
사회당속 ‘이방인’ 루아얄 의원
100년 전통의 프랑스 사회당에서 대통령 후보 1순위에 오른 루아얄은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제1서기(당수)의 부인이다.
지난 5~6일 주간신문 르 주르날 뒤 디망쉬가 여론조사기관 이폽(Ifop)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루아얄 의원은 지지율 53%로, 유력 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39%), 자크 랑(31%) 등을 따돌리고 선두를 차지했다.
루아얄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에서 태어났다. 낭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엘리트 양성소인 ENA(국립행정학교)를 나왔다. 남편 올랑드 당수, 대선 경쟁자인 빌팽 총리가 모두 ENA 동기생이다. 그는 미테랑 시절 1988년 지역구 두세브르에서 의원으로 당선됐다. 환경부 장관(1992~1993), 가족부 장관(2000~2002년)을 지냈다. 하지만 2004년 지방선거 때 푸아트 샤랑트 지방에서 현직 총리였던 라파랭 총리를 누르면서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작년 9월 루아얄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자, 사회당 내 남성 정치인들로부터 "그럼 애는 누가 돌보느냐"는 비하 발언이 잇따랐다. 또 "프랑스를 이끌 자질도 비전(vision)도 없으며, 객차 없이 혼자 속력 내는 기관차 같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루아얄의 분명한 의사 표현과 야심, 강인한 성격의 '이방인' 이미지를 적극 지지한다. 루아얄은 참신한 인물이나 정책도 내놓지 못하는 사회당에 식상한 프랑스 대중이 새로운 형태의 정치를 갈망하는 것을 포착했다.
외모는 부드럽지만 말투는 직설적이다. 여론조사기관 이폽의 피에르 지아코메티는 "우파 유권자들이 솔직한 이미지의 니콜라 사르코지를 지지하는 것처럼, 좌파 유권자들은 루아얄에게 새로운 리더 이미지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