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다음으로 재산이 많은 비영리 단체. 영국 수상 처칠이 칭송한 '정신의 제국'. 미국 독립보다 140년 앞서 1636년 설립된 하버드대는 세계 제1의 교육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다. 기부금 규모만 25조원. 우리나라 1년 교육예산과 맞먹는 액수다. 하버드대 총장은 미국 대통령 다음으로 강력한 '수장'(首長·president)으로 주목받는다.

2001년 10월 하버드는 새 총장을 영입했다. 미국 재무장관 출신의 래리 서머스. 그는 삼촌 둘이 노벨상을 수상한 천재 가문에서 태어나 28세 때 최연소 하버드 종신교수가 된 일류 경제학자다. 하지만 언론인인 저자는 유능한 학자이자 성공한 관료 출신 총장이 주도한 하버드의 변화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9·11 이후 보수화된 분위기를 타고 연구 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흑인 스타 교수를 내쫓고 정치판에나 어울릴 방법으로 하버드를 타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사회의 권력 암투를 둘러싼 생생한 사례들이 흥미진진하지만, 혹 하버드의 위상과 진학 방법 등 실용정보를 기대한 독자라면 서둘러 책을 덮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