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력적인 남자에겐 애인이 없을까?"라는 문구에 웃고 있는 설경구의 얼굴 포스터 서너장이 연달아 붙어있다. 걸어도 되는 번호인지 모를 전화번호와 함께 영화 속 여주인공이 뭔가 상담을 해줄 것처럼 유혹을 한다. "남녀동반시 여자는 공짜"라는 연말 이벤트는 솔로들의 염장을 지른다. "조금 웃겼을 뿐인데…"라는 카피로 세 남자가 진지하게 책상에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웃음을 끌어낸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주인공을 두고 "모든 비극의 시작!"이라고 쓴 포스터 앞에 삼삼오오 모여서 "여자다, 남자다"라며 옥신각신한다.

영화의 개봉 즈음에 벽에 붙이는 일명 '덴당 포스터'라고도 하고 '벽보광고'라고도 하는 포스터들의 아이디어가 점점 더 기발해지고 있다.

'방'을 붙이는 것처럼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고 시선을 붙잡는 이 광고는 인터넷도 지하철 게시판도 없던 1980, 90년대에 한창 유행했던 적극적인 방식의 영화광고였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다. 사실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 불법광고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영화는 그 포스터를 만들어 붙이고 떼고를 반복하며 돈을 쓰고 있다.

메인 포스터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추가 되는 인쇄비 부담은 물론이고 일일이 직접 부착하는 인건비만도 한편당 400만원을 웃돈다.

이제 영화를 본다는 것이 더 이상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컴퓨터를 켜면 처음 화면에서도, 달리는 버스에서도, 돈을 찾는 지하철 현금창구에서도, 24시간 편의점에서도, 캔 커피에서도 영화와 관련한 포스터를 어김없이 만날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어떻게든 자주 보이는 것은 기본이고 인상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채우기 위해 각 영화들의 광고전쟁은 치열하다. 눈만 돌리면 만나는 영화 광고를 보는 관객들은 수많은 정보를 통해 영화선택에 도움을 받기도 하겠지만 전체 제작비에 비해 늘어만 가는 마케팅 비용은 이미 부담을 넘어선 상태다.

두 시간 짜리 영화를 만드는 데뷔감독 개런티보다 두 배를 넘는 2분짜리 예고편 감독이 기용되기도 하고 공중파에 눈 깜짝 할 사이에 소개되는 20초짜리 광고는 시간대별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가격이 세지만 좋은 띠를 잡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직접적이며 일대일로 전달하는 인터넷의 포탈 사이트에서 제법 보일 정도의 광고를 하려면 족히 몇 억 원을 투자해야 하는 게 영화 마케팅의 현실이다.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는 50억의 광고비를 써야만 영화의 크기에 구색을 맞추는 것 같고 작품은 좋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저 예산영화들은 그 영화의 진심을 알리기 위해 또한 영화제작비를 웃도는 홍보비를 쓰고 싶어한다. 처음부터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으로 탄생해 수백 개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영화들에게도 결국 부담과 고단함이 존재하고 작은 영화로 분류된 영화들의 콤플렉스 극복도 역시 마케팅 비용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

영화 마케팅에 소요되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당연히 높다. 단기간에 광고비를 집중적으로 쏟아 붓고 승부를 결정지어야 하는 '영화'라는 상품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짧은 수명과 운명은 그만큼 절절하다.

"좋은 영화는 알아서 홍보가 된다", "작품으로 말한다"라는 전제로 아무리 마음을 채우려 해도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다만 본전이고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어떤 누명과 탓을 뒤집어 써야 할지 누구도 모른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옛말을 한동안은 영화에 퍼붓는 마케팅 비용에 두고 꼬집어 빗대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영화들은 워낙 큰 배를 가지고 있어 그럴 염려는 다행이 없다?

(영화사 아침 대표 정승혜 blog.chosun.com/amsaja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