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형이 방문을 덜컥 열고 들어와 무서운 눈으로 누운 나를 내려다보는 악몽이 끝도 없이 계속됐어요. 술 없이는 잠들기 어려울 때가 많았어요. 다른 사람과 다툴 때 '형도 죽인 놈이 그렇게 당하고만 있기냐'고 형이 말하는 환청도 들렸습니다."

친형을 살해한 동생이 범행 8년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의사인 형은 병원 경영에 실패하자 보험금이라도 가족에게 남기겠다며 동생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수한 동생은 "죄책감에 시달려 도저히 살아갈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전북 임실경찰서는 새해 첫날이던 지난 1일 자수한 동생 박모(32·서울 송파구)씨를 조사 중이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남편이 생전에 6개사에 들어 놓은 7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받은 혐의로 형수 이모(39·경남 창원시)씨도 조사받고 있다.

박씨는 1998년 1월 18일 밤 1시30분쯤 임실군 덕치면 국도에서 렌트한 쏘나타 승용차로 형(당시 32세)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전북 정읍에 이어 충남 당진에서 문을 연 병원마저 부도 위기에 처한 형이 "나를 뺑소니 사고로 위장해 죽이고 보험금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박씨는 "형이 '도와주지 않으면 자살할 생각이다. 이왕 죽을 몸, 가족을 잘살게 해주자'고 끈질기게 부탁해 고민 끝에 응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리사인 박씨는 이후 사소한 일에 자주 화를 냈다. 음식점을 여러 차례 옮겼고, 술 마시면 싸우기가 일쑤여서 경찰서도 열 번 넘게 드나들었다고 한다. 형수는 5억원으로 남편 빚을 갚고, 나머지 가운데 5000만원은 박씨에게 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범행 사실을 안 시점이 '보험금을 탄 뒤'라고 말했다. '보험금을 받기 전에 얘기했다'는 시동생과 진술이 엇갈린다.

경찰은 "박씨는 '촉탁살인' 혐의, 형수 이씨는 사기 혐의인데, 둘 다 공소시효(7년)가 지나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적 고의성이 확인된다면 박씨는 살인 혐의(공소시효 15년)로 구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공소시효를 10년으로 알고 있었다. 처벌받을 각오였다. 자수하면 마음은 편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괴롭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