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탁환

구한말의 언론인이자 작가였던 이인직(1862~1916)은 1906년 7월22일부터 10월20일까지 일간지 ‘만세보’에 ‘혈의 누’를 연재했다. 신소설은 전근대적 소설과 현대 소설의 과도기에 해당하는 문학 양식이었다.

신소설은 봉건 타파, 개화 계몽, 자주 독립과 민주 애국 사상의 고취, 서구의 신사조 도입 등을 제창했다. 한국 소설사를 정리하는 선집에서 항상 맨 앞자리를 차지해온 '혈의 누' 발표 100주년은 곧 한국 현대 소설 100주년이라고 할 수 있다.

'혈의 누'는 청일 전쟁의 전장이 된 평양을 무대로 강대국 싸움에 애꿎은 피해자가 된 조선의 딱한 처지를 그린 소설이다. 전쟁통에 부모와 헤어진 처녀 옥련이 일본군 군의관의 양녀가 돼 일본에서 신문명을 접하고, 구완서라는 청년을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은 구국을 위해 선진국에서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해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이 소설은 그 뒷이야기를 독자의 상상에 맡긴 채 끝난다.

김탁환의 SF소설 '신 혈의 누'는 2106년에 '혈의 누' 발표 200주년 기념 소설을 청탁받은 작가가 애인 옥련을 만나 과거에서 되살려낸 이인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혈의 누'가 청일 전쟁을 다뤘다면, '신 혈의 누'는 미국과 중국이 제국의 양대 맹주로서 한반도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상황을 설정한다.

‘혈의 누’에서 옥련은 과학자이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제국의 심장부에 폭탄 테러를 감행한다. 그리고 옥련은 이인직과 함께 20세기초로 가서 미래 문명의 도움으로 이인직의 생애와 한반도 역사까지 모두 바꾸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