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는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시작될 것 같다. 우선 5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여론의 지지도 낮고 특히 대통령 임기 후반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집권당은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년의 지방선거는 정당별 의석 확보의 문제를 넘는 정치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시기적으로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정당은 지방선거에서 표심(票心)의 방향을 읽으려고 할 것이고 지역 조직망에 대한 점검도 할 것이다.
지난 대선의 예를 볼 때 금년 말부터 정당별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될 전망이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각 후보 진영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질 것이다. 각 후보들은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이끌어내고 싶어하지만 후보 지명을 위해서는 정당 내부에서 지지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처럼 대권 경쟁은 당내(黨內)와 당외(黨外) 경쟁이라는 이원적인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시기적으로 앞서는 당내 경선을 생각한다면 불특정 국민 다수로부터의 인기보다 자기 정파 내부 지지자들로부터 확실한 대표 주자로 인식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정국의 향방에 영향을 미친다. 야당 후보들은 자기 당의 지지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보다 적절한 명분을 걸고 대통령과 각(角)을 세우는 것이 야당 지지층의 결집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여당도 마찬가지다. 여당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양보보다 밀어붙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금년의 정치는 합의보다는 대결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안 그래도 심각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보다 격화시킬 수밖에 없다. '국민 모두를 위한 정치'보다 '우리 편이 만족하는 정치'가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에게 '놀아나지 않도록' 국민의 자제와 각성이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본다면 각 정당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이 지나치게 정파적인 행사로 치우치지 않도록 일반 국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개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 여당 후보들은 대권 후보로서의 이미지 형성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야당 후보의 선명성 경쟁, 여당 후보의 차별성 부각은 노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노 대통령의 정국 운영 주도권은 상당히 약화될 것 같다. 그러나 5년 임기 중 3년이 지나면서 대통령의 주도력이 약화되고 정국의 대립이 격화되는 현상은 제도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개헌 논의도 대권 경쟁 속에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헌 논의가 무성하더라도 그것이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1987년의 상황과는 달리 개정되어야 할 통치 형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권 후보자들 간에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더욱이 개헌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아젠다를 이끌고 갈 리더십도 부재한 상황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낮은 지지율, 차기 대권 주자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노 대통령이 개헌 이슈를 이끌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리하게 개헌을 추진하거나 논의를 확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다만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으로 모처럼 양대 선거가 근접한 만큼 선거 주기를 조정하는 문제에 한해 제한적으로 개헌을 고려해 보는 일은 필요할 것 같다.
갈등과 분열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금년의 정치 상황은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통합과 화해를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康元澤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