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적절한 주제를 독특하게 빚어낸 수작 -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다. 너무 흔한 말이 되었지만 지금도 그 말은 유효하다. 더구나 시대가 혼탁할수록 우리 모습이 뚜렷하게 비춰 보이는 거울을 간절히 바랄 것이다.
올해 응모작들 중에서 그러한 거울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국가코드 122' '선물' '오늘도 기차는 달린다' '꿈을 파는 남자' '죽기살기' '팽이증후군' '아주 특별한 만찬' 등은 우수한 희곡들이다. 그러나 까다로운 최종심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탈락하고, 다음 세 작품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강경은 작 '아주 특별한 만찬'은 어린 시절 도움을 받았던 사람과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 훗날 만났을 때의 미묘한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하지만 연극으로 공연할 경우, 그 미묘함이 자칫 밋밋하게 보일 우려가 크다. 박노현 작 '죽기살기'는 죽으려는 자를 살려내는 기발한 착상과 해학적인 인물설정이 돋보인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작품의 길이가 응모 규정 이상으로 늘어졌다. 산뜻하게 쳐내면 뛰어난 희극이 될 것이다.
최일걸 작 '팽이증후군'은 범죄자도 죄의식이 없고 법집행자도 죄의식이 없는 지금 우리 시대의 핵심문제를 통렬하게 짚어낸다. 등장인물인 목소리 하나에서 다섯까지는 희랍극의 코러스, 또는 서사극의 코러스 역할이다.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의 독특한 형태를 만든다. 우리는 '팽이 증후군'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뚜렷하게 우리 모습이 비춰보이기 때문이다.
/ 임영웅(연출가)·이강백(극작가. 서울예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