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가 되고 싶었던 동민이의 꿈은 동화의 한 장면처럼 이뤄졌다.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인 지난 23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SK빌딩 4층 대접견실. 혈액종양을 2년6개월 앓다 최근 완쾌한 배동민(8·천안 안서초1)군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SK커뮤니케이션스 직원 20여명은 폭죽을 터뜨리며 환영했다.

'동민이의 소원이 이뤄졌어요'라고 쓰인 흰 케이크와 빨간 고깔모자, 검은 가운, 빗자루 등 마술사 복장을 선물로 받은 동민군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어린이 마술사 배동민'이라고 인쇄된 현수막 아래서 동민군은 한 시간 전 마술클럽 회원 최우석(31)씨로부터 배운 마술을 연출했다.

동민군이 백지였던 책을 흑백과 컬러 그림책으로 바꾸자 관객들은 "앵콜!"을 외쳤고, 진짜 마술사가 된 양 뿌듯해진 동민군은 손에 든 동전을 없앤 뒤 어머니 정인숙(46)씨의 귀에서 다시 끄집어 내 환호를 받았다. 동민군은 "앞으로 더 건강해지겠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19일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간암 3기 판정을 받고 간 16㎝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 등 2년여간 투병생활을 한 손영재(12·진건초5)군을 위한 깜짝 이벤트가 열렸다. 삼성 에버랜드 직원 7명이 한 달간 배운 풍선만들기 기술로 손군의 집을 오색 풍선으로 예쁘게 꾸미고, 손군이 갖고 싶어하던 LCD모니터와 컴퓨터를 방에 놓아준 것.

학교에서 돌아온 손군이 깜짝 놀랄 새도 없이 자원봉사자들은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한 목소리로 불러줬다. 아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먼 발치서 지켜보던 어머니(37)의 눈가도 촉촉히 젖었다.

이처럼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메이크어위시(Make-A-Wish) 재단의 노력이 컸다. 이 재단은 백혈병·뇌종양·골육종·근위축증 등 난치병 어린이(3세~18세) 환자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비영리재단. 1980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 세계27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한국 지부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26명(2003)·49명(2004)·105명(2005)으로 매년 더 많은 난치병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7월 골반암으로 1주일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한 18세 소녀가 소원이었던 가수 비의 동영상을 받고 난 뒤 기적처럼 2개월을 더 살다간 경우, 3살부터 백혈병을 앓으면서 말을 잃어버린 5세 남자 아이가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말문이 트인 경우 등 기적 같은 일들도 있었다.

재단의 박은경 사무총장은 "소원성취는 백혈구 수치를 0에서 약물 효과 이상으로 올릴 정도로 난치병 어린이에게 투병의지와 희망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메이크어위시 재단엔 정규 자원봉사자 2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GS홈쇼핑·푸르덴셜생명·LG전자·현대오일뱅크·SK커뮤니케이션스·삼성에버랜드·대한항공 등 기업들도 소원성취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문의 (02)2144-2241~2.

혈액종양을 앓다 최근 완쾌한 배동민(8)군이‘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마술사 복장을 선물받고 기뻐하고 있다. 이명원기자 m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