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제러미 블룸(Jeremy Bloom ·23·미국)에겐 언제나 '다재다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우선 그는 뛰어난 스포츠맨이다. 스키 프리스타일 모굴 세계챔피언이고, 콜로라도 대학 풋볼 대표로 뛰었다. 돋보이는 외모로 토미 힐피거나 에이버크롬비&피치 같은 의류 브랜드 모델을 했으며, GQ·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코스모 걸 등 잡지에 여러 번 등장했다. TV방송, 배우 경력까지 조금씩 쌓고 있다.

현재 블룸이 갖고 있는 목표는 두 가지. 가깝게는 내년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는 지난 시즌 FIS(국제스키연맹) 월드컵 시리즈서 여섯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요철처럼 울퉁불퉁한 둔덕 코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중간에 두 번 점프대를 타고 날아올라 공중회전 묘기를 하는 이 종목에선 세계 최정상급이다. 19일(한국시각)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에서 끝난 월드컵 시즌 2차 대회에선 1차 대회(프랑스)에 이어 4위를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블룸의 또 다른 꿈은 내년 프로 풋볼 드래프트에 뽑히는 것. 그는 러브랜드 고교 졸업반 시절 팀이 콜로라도 주 타이틀을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태, 2001년 콜로라도 대학과 입학 동의서를 썼다. 하지만 1년간 학교를 쉬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을 준비했다. 올림픽서 9위를 한 다음 대학으로 돌아와 2년간 풋볼팀서 킥 리터너(Kick Returner)나 리시버로 뛰었다. 겨울엔 스키를 계속했다. 그런데 대회 출전 경비를 마련하려고 몇몇 스폰서 계약을 맺었던 게 문제가 됐다. '아마추어는 직접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을 들고 나선 NCAA(전미대학체육협회)와 2년간 지리한 법정공방을 벌인 끝에 결국 선수자격을 잃었다. 아쉬움은 여전하다. 지난 여름 UCLA 풋볼팀과 훈련하고, 한국계 NFL 스타인 하인즈 워드(피츠버그 스틸러스) 등과 자주 프로행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블룸은 현지 언론에 "풋볼은 도전과 압박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스키에 도움이 된다"면서 '두 마리 토끼몰이'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