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중국전문기자

"반(反)부패 소설 작가 천팡(陳放), 병으로 가다." 때 지난 중국어 잡지가 그렇게 허망하게 그의 죽음을 전한다. 지난 11월 19일이었다고 한다. 병명은 심근경색. 당뇨병도 앓고 있었고, 전립선암 말기였다고도 한다. 61세였으며, 그의 부인은 그가 "목숨을 다해 쓰다가 갔다"고 했다고 한다.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뒤에도 한 손으로 자판을 눌러 부패를 고발하는 소설을 써왔다는 것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97년 여름이었다. 그는 "천안문(天安門) 뒤편 오문(午門) 앞 기념품가게에서 만나자"고 했다. 사람 많은 곳이 오히려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천시퉁(陳希同) 전 베이징(北京) 시장과 왕바오선(王寶森) 부시장의, 돈과 여자가 뒤범벅이 된 부패행각을 고발한 소설 '천노(天怒)'를 쓴 뒤 판금(販禁) 조치가 내려져 감시를 받고 있었다. 자기야 몇 대 얻어맞으면 그만이지만, 외국기자인 내가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담배를 피웠다. 베이징 뒷골목의 조그만 찻집에서 차를 마시면서도 피웠고, 허름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쉬지 않고 피워댔다. 자기만 피우는 것이 아니라, 중국 지식인들이 흔히 그렇듯이, 자기가 피워 물기 전에 꼭 상대방에게 권했다. 볶음밥과 반찬 한두 가지로 된 간단한 점심을 먹으면서 담배 한 갑을 금방 다 피우고, 또 다른 한 갑을 주문했다. 거절할 수가 없어 권하는 대로 받아 피우다 보니 입안이 다 얼얼했다. 도대체 밥을 먹는 건지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이야기도 끊임없이 했다. "'천노'를 한국어로 번역한다니 정말 영광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시아 지식인들의 희망이다… 일본은 일왕 때문에 분위기가 좀 이상하고, 필리핀은 좀 넘친다… 한국이야말로 지식인들이 이룩한 멋있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 우리 중국 지식분자들은 모두들 한국의 민주주의를 동경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 지식인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당국의 선전선동에 놀아나지 않고, 진실 앞에 눈감지 않으려는 지식인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반(反)부패 소설을 쓰는 것은 그것이 중국의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이 외치고 싶은 것은 정치의 민주화지만, 그랬다간 목숨을 부지할 수 없기 때문에 "부패 고발이나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노'는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수사기록을 입수해서 약간 손질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당시 집권자 장쩌민(江澤民)의 정적(政敵)인 천시퉁 일파의 부패를 고발한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쑥 "한국으로 정치망명을 해서 마음놓고 써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의 지식인들이 부럽다"고도 했다.

그가 그렇게 여러 가지 병을 앓은 것은 분명히 담배 때문이었을 것이다. 차 마시면서도 밥 먹으면서도 쉴 새 없이 사방을 둘러보고 문밖을 내다보며 줄담배를 피웠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중국 지식인들의 그 불안을 이해 못할 것이다. 그는 아마도 담배를 손에서 떼지 않고 '천노'에 이어 '지노(地怒)' '해노(海怒)' '한 여자 모델의 죽음' 등 부패고발 소설을 썼을 것이다. 그는 1999년 일본 '현대주간(現代週刊)'이 선정한 '세계 10대 지식인'에 헨리 키신저와 함께 오르기도 했다.

결국 그는 담배 때문에 갔을 것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그의 다음 생은 정치적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이어지길 빈다. 그러면서 지금 이 나라가 과연 그가 부러워할 만한 나라인가를 생각해 본다.


(박승준 sj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