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의 모습이 급변하고 있다. 도심(都心) 외곽의 대규모 택지개발에 관공서 이전까지 겹치면서, 구(舊)도심은 급속히 쇠락하고 도심 외곽이 새로운 중심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람과 상권을 외곽에 빼앗긴 구도심에선 심각한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추락하는 구도심

지난 6일 오후 광주(光州) 구도심인 동구 금남로 지하상가. 번영회 곽상옥 사무국장은 "250여 점포 중 제대로 장사하는 곳은 10%도 안 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지난달 중순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옮기면서 광주의 상징이던 금남로·충장로 일대 상권은 썰렁해졌다. 점심시간이면 꽉 들어차던 도청 주변 식당엔 '폐업' '이전' 표지가 곳곳에 나붙어 있다.

같은 날 충북 청주시의 대표적인 구도심인 시청 후문 북문로 상가 일대. 이곳 역시 점심시간인데도 인적이 뜸했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재성(44)씨는 "이곳은 10년째 죽은 상권"이라고 했다.

인구 감소도 심각하다. 1990년대 중반까지 20만명을 넘었던 광주 동구는 1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부산의 구도심인 중구 인구도 1970년대 11만명을 넘었지만, 부산시청 이전의 여파로 최근엔 5만3000명으로 급감했다.

◆뜨는 신도심

구도심이 죽은 이유는 그간의 도시 개발이 '땅값이 싸고 개발이 쉽다'는 이유로 도심 외곽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청주도 1990년대 도심 외곽인 가경동 일대가 고층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면서 도심 인구가 급속도로 빠져나갔다.

도심 인구를 흡수한 외곽 지역은 업무시설과 상권까지 끌어들이면서 신도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예컨대 청주 가경동 일대는 대규모 주거단지와 대형 할인점 등이 속속 들어서 사실상의 청주 신도심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도 구도심인 동구에 있던 광주시청·지적공사·전남체신청 등 공공기관이 작년에 서구 상무지구로 이전하면서 서구 상무지구가 신도심으로 떠올랐다. 상무지구엔 빈 상가가 거의 없고, 상가 권리금만 억대를 넘는 경우가 많다.

◆땅값도 역전

땅값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신도심인 가경동 일대 주거지역 땅값은 평당 200만~250만원이지만, 도심인 중앙동 지역은 평당 100만~120만원선으로 격차가 2배로 벌어졌다.

청주 K공인 관계자는 "도심에선 공시지가 이하로 땅을 내놔도 팔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산도 1998년 부산시청이 중앙동에서 연산동으로 이전하면서 2003년부터 구도심인 광복동의 공시지가가 부도심인 서면보다 낮아졌다.

광주 구도심인 동구 일대 주거지역 땅값은 대로변이 평당 300만원대에서 작년 이후 150만원대로 반 토막 났다.

◆구도심 살리는 대책 마련해야

문제는 도심 공동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주만 해도 도심 외곽인 강서·율량2지구 등 4곳에서 총 119만평에 달하는 택지개발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도시(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해 만드는 도시) 건설도 도심 공동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 대부분 후보지가 도시 변두리나 외곽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안양대 계기석 교수는 "도심은 도시에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도심이 망가지면 도시로서의 기능이 점점 죽게 된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