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4일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도청 사건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검찰은 먼저 도청의 眞相진상과 관련해 김영삼 정부의 '안기부' 간부들이 김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와 이원종 전 청와대 수석 등 당시 정권 실세에게 도청 내용을 보고했고 김현철씨 등은 이 정보를 갖고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는 한정식집 등에 기계를 설치하고 현장에서 엿듣던 '미림팀' 외에 집과 사무실에서 보통 쓰는 유선전화의 도청팀도 별도로 운영했으며 이 팀에서 1993년 초부터 97년 11월까지 정치인 관료 언론인 경제인 등을 상대로 수천회 도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또 김대중 정부 '국정원'은 휴대폰 감청장비에 1800여명의 각계 주요 인사 휴대전화 번호를 미리 입력해 놓고 엿들었으며 당시 국정원 간부들이 "고급첩보를 가져오라"고 수시로 다그쳐 도청팀 실무자들은 테이프를 풀어듣는 등 귀를 혹사하는 바람에 難聽난청으로 고생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국정원이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서는 도청 내용뿐 아니라 국정원이 얻은 모든 정보를 종합해 만들어졌으므로 두 전직 대통령은 보고서 내용이 도청으로 얻어진 것임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삼성그룹 간부와 언론사 사주가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측에 100억원 이상을 건네려 했다는 도청테이프 내용에 대해선 "삼성측이 30억~40억원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증거가 없고 삼성 사람들도 이건희 회장 개인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처벌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수 관련자들이 하나같이 돈을 주고받는 자리에 언론사 사주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따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무혐의처분하고 테이프 내용을 보도한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과 MBC 이상호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테이프에 들어 있는 검사들에 대한 수백만~수천만원의 돈 제공 의혹에 대해서도 "돈을 줬다는 사람이나 받았다는 사람들이 모두 부인하고 있고 증거도 없다"며 '없었던 일'로 결론냈다.
우선 검찰 말대로 삼성이 한나라당측에 건넨 돈이 회사 돈을 횡령한 것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 검찰은 그 자금이 이 회장 개인 돈이었다는 증거는 확인했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검찰은 무엇을 수사했다는 말인가. 삼성측이 검찰 간부들에게 수백만~수천만원씩 사례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면 거대 조직의 실력자들인 테이프 속 인물들이 농담으로 누구에겐 얼마, 누구에겐 얼마를 줄 것인가를 이야기했단 말인가.
검찰은 '두 전직 대통령은 도청을 몰랐다'고 단정했지만 안기부장이나 국정원장이 올린 보고서에는 개인간의 은밀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을 텐데 대통령이 도청의 낌새도 채지 못했다는 건 억지나 마찬가지다.
뭐니뭐니 해도 검찰 도청 수사 결과의 白眉백미는 '김대중 정부 국정원이 2002년 4월 휴대폰 감청장비를 없앤 이후부터 현 정부 국정원은 도청은 물론이고 합법적인 휴대폰 감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는 자신들의 이 수사 결론을 믿는가. 믿는다면 그 근거를 국민에게 제시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