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에 뭐 룰이 있나, 편하면 되지!” 그러나 만난 지 석 달 된 그녀가 이제 ‘편하게’ 느껴진다는 것과, 그녀와의 데이트에 ‘편한’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그녀와의 관계, 다시 불편해질 것이다). 회사가 금요일을 ‘캐주얼 입는 날’로 선포했다고 집 앞에 담배 사러 갈 때처럼 ‘마냥 편하게’ 입고 출근한다면, 당신의 ‘무신경’은 곧 ‘무능력’으로 해석될지도 모른다. 캐주얼에도 ‘멋’이 있고 ‘전략’이 있다.

◆ 비즈니스 캐주얼
셔츠에 코듀로이·트위드 재킷 … 어두운 색상 양말·벨트 기본

주5일 시대 개막 이후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허용하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었지만, 그 개념을 명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양에서도 지역에 따라, 기업에 따라, 모임 성격에 따라 '비즈니스 캐주얼'의 기준점과 한계가 조금씩 다르다. 개념 자체가 '비즈니스'의 성격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티셔츠·청바지·운동화·가죽 바지는 결코 비즈니스 캐주얼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평소 출근할 때 입는 수트에서 넥타이만 풀어도 비즈니스 캐주얼로 포함시킬 수 있지만, 집에서 입던 후드티에 재킷만 걸쳤다고 비즈니스 캐주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용 차림새이므로 단정한 차림새여야 한다.

모범답안은 흰색이나 푸른색 셔츠 위에 편안한 소재의 코듀로이나 트위드 재킷을 입는 것이다. 평소 눈치 보이던 핑크나 퍼플 컬러의 셔츠도 요란한 무늬만 없다면 오케이. 무난한 셔츠 위에 화사한 색상의 스웨터나 베스트를 걸치거나, 셔츠 대신 검정 터틀넥 니트를 입어도 세련돼 보인다.

여름에도 셔츠는 반팔보다는 긴팔이 권장사항. 회사 분위기에 따라 폴로셔츠까지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모호할 때는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게 안전하다. 재킷과 바지는 색상이 다른 것으로 골라 보자. 상하의 중 한쪽에 체크나 헤링본 패턴(생선가시 같은 무늬)이 있다면, 나머지 한쪽은 솔리드(민무늬)로 해야 균형이 맞는다. 고급한 느낌의 벨벳 머플러를 걸치면 퇴근 후 바로 파티에 가도 되는 패션이 된다.

명심해야 할 것. 비즈니스 캐주얼은 리조트 패션이 아니다. 어두운 색상의 양말과 가죽구두·벨트를 갖춰 입는 건 기본. 부츠나 샌들은 꿈도 꾸지 말자.

◆데이트용 캐주얼
워싱이나 자수 넣은 청바지에 원색 목도리·스니커즈 매치 OK

가난한 복학생부터 세계 일류 디자이너까지 평등하게 즐기는 청바지. 멋있게 입는 비결은 역설적으로 너무 멋을 내지 않는 것이다. 패션감각이 범국민적으로 암울했던 시절에는 청바지를 각을 세워 다려 입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청바지를 자신의 체형에 맞춰 멋지게 연출할 줄 아는 시대. 길이를 줄일 때만 조심하면 된다. 새로 박음질하지 말고 원래 있던 끝단을 잘라서 이어 붙여야 줄인 표시가 안 난다.

하늘색에 가까운 밝은 색 청바지는 유행이 지났다. 진청색이 답답하다면 워싱이나 자수를 넣은 것으로 고르자. 요즘 나오는 청바지는 대부분 밑위가 짧은 로라이즈(low-rise) 진. 보기 좋은 긴 다리를 갖고 있다면 1자형을,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고 싶다면 부츠컷(무릎 아래로 통이 넓어지는 스타일)을 추천할 만하다. 그러나 신발이 안 보일 정도로 넓으면 곤란하다.

여자친구의 친구들을 소개받는 날이라면, 티셔츠가 아닌 셔츠와 재킷에 청바지를 입어 '세미 캐주얼'로 연출해 보자. 마른 체형은 청바지에 코듀로이나 벨벳 재킷을 입으면 볼륨감 있어 보인다. 점퍼보다는 코트가, 하프 코트보다는 무릎까지 오는 롱 코트가 분위기 난다. 왜소한 체형이나 배 나온 체형도 모두 보완된다. 셔츠에 코트가 너무 '범생이' 같다면 후드티 위에 코트를 입는 것도 재미있는 연출법. 포근한 느낌의 밝은 원색 목도리, 부드러운 색상의 크로스백도 활용해 보자. 청바지에 청재킷만 안 입으면 된다.

캐주얼의 완성은 구두. 청바지 아래 번쩍이는 정장용 구두를 신는 것은, 넥타이 매고 '할리 데이비슨' 모는 것만큼이나 우스꽝스럽다. 캐주얼한 디자인의 가죽 구두나 스니커즈를 매치시키자. 신발 색상은 자유지만 상의 색상과 통일시키면 센스 있어 보인다. 양말이 보이면 NG. 서 있을 때 청바지 끝단이 신발에 닿아야 한다.

액세서리를 많이 착용한 남자는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인상을 주지만, 신뢰가 가진 않는다. 특히 굵은 금체인 목걸이, 알 굵은 금반지, 광택 있는 셔츠는 조폭을 연상시키기 쉽다는 점을 유념할 것.
(모델=유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