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2일 국민적 인기가 높은 아베 신조(安倍晋三·51) 관방장관에게 내년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내년 9월에 임기 만료인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의 후계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면서 출마를 독려한 것은 처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방문지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수행기자들과 만나,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 아베 관방장관을 내보내지 말고 차차기(次次期)를 노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기회는 그렇게 오지 않는다. 기회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이다"라며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잡을 수 없다. 어려움에 직면해서 도망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이즈미 총리의 언급은 "아베는 아껴두고 싶다. 거칠게 다뤄 두들겨 맞도록 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며 아베 관방장관을 차차기 총재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보호하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모리 전 총리는 아베 관방장관이 속한 모리(森)파 회장이다.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후계자로 아베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나도 누군가를 응원할 것이며 한 표를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인 것 역시 아베를 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내년 일본 정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아베 신조가 출마를 결심할 것인지 여부가 최대 초점으로 부상하게 됐다.

아베 장관 본인은 기자회견에서 "총리의 발언은 일반론으로 당내의 총리 유자격자들을 향해 말한 것이다. '고이즈미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직무에 전념해야만 한다"며 몸을 한층 낮췄다.

그러나 내년 예산국회가 끝나는 4월에는 지난 9.11총선에서 첫 당선한 83명의 초선 의원들, 이른바 '고이즈미 칠드런(children)'과 참의원 소장파들이 중심이 돼 '아베 옹립'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남은 것은 아베 본인의 결심인데, 그의 모친은 차기 출마를 강행해야 한다는 '주전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장관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는 자민당의 보수주류인 후쿠다(福田)파의 보스로서, 다케시타(竹下登) 총리 다음엔 아베가 총리를 맡는다는 묵계가 이뤄졌으나 총리 자리를 눈앞에 두고 1991년에 암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아베 장관은 부친의 불운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직 결심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정권현특파원 kh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