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단편소설 예심위원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기택, 정끝별, 이광호, 신수정, 김연수, 은희경, 박상우씨

"사회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고, 일상사와 가족사, 개인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많았다." "실험과 패기 보다는 전통 서정시의 기법과 정서가 주류를 이뤘다."

12일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과 시 부문 예심을 마친 예심위원들은 올해 응모작이 눈에 띄게 개인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터넷이 일상화하면서 글의 문체와 내용에도 인터넷의 영향이 뚜렷이 나타난 것도 눈에 띄는 특징으로 드러났다.

올해 응모작은 시 5018편과 단편 소설 486편을 비롯해 시조·동시·동화·희곡·문학평론·미술평론 등 8개 부문에 걸쳐 7249편이 접수됐다. 응모작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와 소설은 지난해 보다 다소 줄었다. 심사위원들은 "글을 덜 읽고 덜 쓰는 세태인가"고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소설 예심은 소설가 박상우 은희경 김연수 평론가 신수정 씨가, 시 예심은 시인 김기택, 정끝별, 평론가 이광호 씨가 맡았다. 시조·동시·동화·희곡·문학평론·미술평론 등 6개 부문은 곧장 본심으로 들어간다.

소설 응모작 중에는 "독한 맘 먹고 나는 난자를 팔기로 했다"고 시작하면서 난자 불법 매매라는 시의적 소재를 다루거나, 외국인 노동자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병든 모습을 고발한 작품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인사에 집중하는 경향이었다. 박상우 씨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세계를 다룬 소설이 별로 없고, 가족과 개인의 일상사가 많았다"며 "문체에 대한 자의식이 없어 단편 소설의 묘미를 살린 소설이 적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은희경 씨는 "감상적인 여성 취향 소설은 많이 줄었다"면서도 "인터넷 검색의 영향 때문인지 쓸모없는 지식을 꽤 많이 인용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지적했다. 신수정 씨 역시 인터넷 글쓰기의 영향을 감지했다. "마치 컴퓨터 화면에 글을 띄우듯 단락별로 행갈이를 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 그는 "그같은 글쓰기는 한편의 이야기를 완결한 능력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김연수 씨는 "대학에 문예특기생으로 입학하기를 원하는 고교생들이 쓴 응모작이 몇 편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시 부문 응모작에 대해 예심위원들은 "습작 기간이 긴 듯하고 안정적 화법의 시가 많다"고 반가와했다. 그러나 "참신한 상상력과 패기가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김기택 씨는 "시(詩)라고 생각되는 문법 안에서 쓴 시들이 많다"며 "그것을 넘어서서 심사위원들을 '헷갈리게'(!) 하는 응모작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광호 씨도 "삶의 고단함과 현실적 어려움을 다루거나 자연 서정(고향과 시골)을 노래한 작품이 많았다"며 "상대적으로 실험적 시가 적었다"고 평가했다. 정끝별 씨는 "요즘 젊은 시인들이 환상적이고 감각적 세계를 많이 표현하는데 그런 시를 읽지 않는 세대에서 응모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