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사회부 보건복지팀장

국민연금 개혁법안이 3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국회는 국민에게 국민연금 제도를 왜 '더 내고 덜 받는' 틀로 바꾸어야 하는지 설득할 묘수를 찾지 못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말 모처럼 '국민연금 특위'를 구성해 올 정기국회에서 해결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특위 운영 방식을 놓고 입씨름만 거듭하다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여야는 이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면서 하릴없는 공방만 계속하고 있다. 과연 국민연금 개혁을 가로막는 적(敵)들은 누구일까.

지난달 10일 국회의 행정자치위원회에는 의원 입법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공무원연금은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올해만도 7300억원이나 되는 국민의 혈세(血稅)를 지원받아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총대를 멘 것이었을까. 그러나 이 법안은 엉뚱하게도 공무원연금공단의 직원들을 국민연금 가입자에서 공무원연금 가입자로 바꾸자는 내용이었다. 연금공단 직원들을 공무원연금에 가입시켜야 제도 운영의 책임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명분이었다. 더욱이 연금공단 직원들을 국민연금에서 공무원연금 가입자로 바꾸면 당장 15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는 그럴싸한 손익계산서까지 첨부했다.

이 같은 사례는 이미 지난 4월에도 있었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의원 입법으로 사학연금법을 개정, 사학연금관리공단 직원들을 국민연금 가입자에서 사학연금 가입자로 바꿔 놓았다. 당시에도 명분은 똑같았다. 사학연금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이 사학연금 가입자가 되어야 책임성 있게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렇게 되니 공무원연금공단 직원들은 '형평성'을 내세우면서 국민연금 '탈출'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의 수익률이 국민연금 수익률보다 2배 가량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지적하면 공무원들은 화부터 벌컥 낸다. 공무원은 퇴직금이 없기 때문에 민간 기업의 퇴직금까지 고려하면 공무원연금이 절대 후(厚)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연금 업무에 정통한 공무원연금공단이나 사학연금공단 직원들이 과연 후하지도 않은 공무원연금·사학연금을 향해 그토록 가고 싶어할까.

국민연금 개혁의 본질은 '세대 간의 갈등'이다.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설계된 현재의 국민연금법을 서둘러 고치지 않으면, 우리의 자녀 세대들 부담이 커진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연금법 개정을 앞두고 '직종 간의 갈등'으로 번진 상태다. 국민들의 혈세로 앞으로 15년간 120조원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돈을 넣어야 지탱할 공무원연금·군인연금. 왜 이런 연금은 손도 안 대고, 국민연금만 고통을 감수하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는 오히려 공기업 직원들에게 국민연금에서 탈출할 기회만 슬슬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런 국회가 과연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국민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까. 정부는 사회관계 장관 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시급히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정부는 사학연금공단 직원들의 국민연금 탈출 법안이 통과되거나 제출됐을때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일본 고이즈미 총리와 여당도 선거 패배를 각오하고 공무원연금을 개혁키로 했는데, 우리 국회는 지금 스스로 이익단체의 대변인을 자임하고 있다.

(金東燮·사회부 보건복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