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PD저널리즘’은 자신의 ‘입장’을 갖고 있다. 뉴스보다 제작자의 견해가 많이 개입되는 것이 방송사 시사교양 장르의 특징. PD들은 “뉴스가 사실을 전달한다면, 우리는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MBC 시사교양국도 5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PD수첩의 ‘진실 추구’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PD수첩’의 ‘황우석 검증’은 진실 추구였을까. 심층·탐사 보도를 통해 권력과 사회 부조리의 이면을 고발하며 기존 신문·TV뉴스의 약점을 보완해 왔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거대 방송사의 PD저널리즘은 이 ‘진실 추구’ 과정에서 때로 무리수를 두곤 했다.
◆스스로 허문 정치적 중립성 = PD들의 '입장'은 종종 정치적 편향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KBS스페셜'과 '한국사회를 말한다'는 '송두율 교수의 경계도시', '귀향-돌아온 망명객들'을 방송했다. 송씨를 통해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MBC 'PD수첩'도 작년 7월 송씨의 항소심 선고를 불과 8일 앞둔 상황에서 '송두율과 국가보안법' 편을 방송했다. 당시 '송두율 변호 방송'으로 흐를 우려 때문에 대법원까지 나서 "방송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했지만, MBC는 방송을 강행했다.
KBS '시사투나잇'은 작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 직후, 일주일 연속으로 국보법 폐지를 지지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지난해 정부와 여당은 '국보법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양대 공영방송은 정부 시각에서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재진 한양대 교수는 "PD저널리즘이 긍정적 역할도 했지만, 스스로 가치판단을 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균형을 잃어버린 시사프로에 대해 시청자들은 불만이다. 지난해 방송위가 접수한 지상파TV 시청자 불만 중,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이 49.9%로 가장 많았다. 작년 2월 MBC PD수첩 '친일파는 살아 있다2' 편은 '공정성과 형평성 위반'으로 선거방송심의위의 경고를 받았다. 한 야당 의원의 부친이 일제시대 면장을 지낸 사실을 보여주고, 최진용 진행자(현 시사교양국장)가 "친일청산을 위해 역사에 분별력 있는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발언한 게 문제였다.
◆이분법적 시각 = 지난 7월 10일 KBS 시사투나잇은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미군기지 확장저지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고 방송했다. 시위대에 맞서서 경찰들에게 '물러서지 마라' '논바닥으로 쓰러뜨려라' 거친 말을 내뱉는 경찰 지휘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진행자는 "저런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말을 하다니 어느 나라 경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반발했다. 시위 진압 중 경찰이 눈을 찔려 큰 부상을 입는 등 경찰측 피해도 컸기 때문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위대의 폭력은 사라지고 경찰 과잉 진압만 부각했다"는 글이 빗발쳤다. "경찰 = 과잉진압은 단순도식"이란 지적도 있었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PD저널리즘 프로그램에선 대기업이나 남·북 문제, 진보·보수 등을 바라볼 때 이분법 시각이 나타난다"며 "이 경우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소외시킨다"고 말했다.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사회 전반의 지적 수준도 높아졌는데 여전히 과거의 틀로 시청자를 계도하려는 '계몽주의'도 엿보인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방송사에 노조가 등장하고, 386운동권 세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제작의 '자율성'이 높아졌지만, 반대급부로 개별 제작진의 이념적 성향이 프로그램을 지배하게 됐다"며 "공영방송이라면 양극단을 배제하고 합의점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생의 비밀 = PD저널리즘은 군사정권의 언론정책 하에서 태어났다는 '원죄'가 있다. 80년대 초반 5공화국 정부는 방송사에 정권 홍보를 위한 '보도특집' 제작을 자주 요구했다. 방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분30초 안팎 뉴스 제작에 익숙한 기자들은 긴 분량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경험이 적었고, 정권에 대한 반감에서 거부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취재와 연출을 병행하는 PD들이 생겨났다는 것. 물론 1983년 등장한 '추적 60분'의 경우처럼, 때로 사회비리 고발과 폭로 등을 통해 방송 저널리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최근 시사교양 장르가 보여주는 정치적 편향성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반작용으로도 해석된다. 문제는 반성과 반작용이 '다른 편향성'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