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前 KBS 시청자센터국장

MBC 'PD수첩'팀의 취재의 ABC를 무시한 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담당 PD들이 유독 심성이 나쁜 사람들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이번 사건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PD저널리즘'이 빚어낸 결과물일 뿐이다.

PD들은 고발성 아이템들을 주로 다룬다. 내용과 접근방법이 일견 시원시원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대부분 위태위태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취재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비전문가인 PD가 객관적 진실에 접근하기보다는, 쇼킹한 사실을 밝혀내고 말겠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취재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PD는 원래 드라마와 오락,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의 제작요원으로 선발된 인력들이다. 취재와 보도가 주업무인 기자와는 아예 다른 직종이다.

기자들은 보통 6개월 이상의 가혹한 수습기간을 거치면서 취재의 윤리와 기본을 익힌다. 이렇게 훈련된 기자에 의해서 취재된 내용도 선배 데스크에 의해 수정되고 고쳐지고 걸러진 뒤에야 겨우 방송된다. 데스크의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기사는 단 한 줄도 방송될 수 없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보로 밝혀지는 경우가 허다한 판에, 전혀 훈련받지 않은 PD들이 독자적으로 취재해 방송하는 내용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MBC PD수첩' 사건은 벌써 일어날 일이 이제야 터지고 말았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기자들은 취재내용을 기사화한 다음에 내용에 맞는 촬영 화면을 갖다 붙이고 인터뷰 내용을 삽입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반면 PD들은 찍은 화면에 내레이션을 갖다 붙이는 식으로 제작을 한다. 내레이션 작가는 대부분 취재경험이 전무한 20, 30대의 여성들이다. 이런 제작기법은 자연 다큐멘터리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유용한 방법인데, 그들은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도 이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PD 저널리즘'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황우석 사건은 계속 일어날 수 있다.

(김형태·前 KBS 시청자센터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