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기와 같은 분위기다. 매일 주가가 오르면 심리적으로 뒤처진다는 초조감이 생기고, '사자'가 '사자'를 부르고 있다. 일본 전체가 돈벌이에 나선 느낌이다. 버블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이 5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일 치솟는 주가가 과열 양상이란 것을 경계하는 발언이다.
도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1부 시장)은 지난 5일 500조 엔을 넘어섰다. 거품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1990년 2월 7일 이후 최대치. 닛케이 평균은 3만 엔대를 넘긴 버블기를 따라잡기엔 아직도 멀었지만 시가총액은 이미 버블기 수준에 육박한 것이다. 거래대금도 사상 최고치. 시장에서는 현재 1만5000엔대인 닛케이 평균이 내년 초 2만 엔 선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이유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워낙 강한 데다 최근의 급속한 엔화(貨) 약세 때문. 이처럼 수출과 내수 환경이 동시에 좋아지면서 기업의 설비투자도 10개월 연속 작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투자 주체도 외국인에서 개인 투자자, 일본 국내 기관투가가로 옮겨가는 양상. 11월 말부터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팔자'에서 '사자 우위'로 태도를 바꿨다.
도쿄증시의 이 같은 활황은 급속도로 덩치를 키우는 부동산 투자신탁 붐과 함께 '미니 버블'로 불리는 양상. 부동산 투자신탁의 시가총액은 3조 엔을 넘어섰다. 거품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증시 활황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만큼 아직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지금 도쿄증시의 투자가들은 현재보다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이런 자세는 증시 특유의 시야를 장기 불황 이후 처음으로 회복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도쿄=선우정특파원 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