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을 협박하고 몰래 카메라 등으로 인터뷰 내용을 녹취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PD저널리즘'의 제작방식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83년부터 시작된 KBS '추적60분'과 MBC '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이 대표적 PD저널리즘 프로그램. PD저널리즘은 소외 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 TV 뉴스에 취약한 심층탐사보도 기능의 보완 등 긍정적 측면도 많지만, 무분별한 폭로와 선정적 내용으로 여론을 오도한다는 지탄을받아온 게 사실이다.

◆보도 윤리는 뒷전="몰래 카메라로 녹화를 한 다음 취재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더빙해 방송한 경우도 있다", "전화 취재로 목소리만 딴 다음, 연기자의 뒤통수를 촬영한 화면에 덧입혀 실제 만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PD들과 시사 프로그램을 만든 스태프들이 털어놓은 얘기를 종합하면, 이번처럼 '대형'은 아니지만, '사소한 거짓'은 종종 있었다는 것. 이런 사소한 '조작'에 대한 무신경이 결국 엄청난 사고를 부른 것이다. PD들은 "심층고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몰카'와 전화 녹취는 '필요악'"이라는 입장이다.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제작진 A씨는 "한 아이템에서 몰카를 3~4번은 쓰게 된다"고 말했다.

◆맞는 '팩트'만 찾아라!=지난 9월 MBC의 '뉴스투데이'는 짜깁기 보도로 물의를 빚었다. PD가 만든 이 프로의 '현장 속으로'란 코너에선 "서울의 한 외국인 한옥 체험관 '게스트 하우스'가 숙박업소로 변질됐고, 화재 위험성이 심하다"고 '고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제 주민도 아닌 사람으로부터 '주민 인터뷰'를 받았다. 또 천장에 얽혀있는 전선을 보여주며 "화재 위험성이 높다"고 했지만, 정작 화면에 나온 건물은 엉뚱한 집이었다. 취재 훈련이 제대로 안 된 PD에게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맡긴 것부터가 문제였다. 한 방송사 작가는 "원하는 대답을 주면 그 대가로 무엇을 주겠다며 취재원에게 접근할 때도 있다"고 했다.

◆PD 따로, 기자 따로=SBS 한 기자는 "기자가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취재를 통해 기사를 써놓은 뒤 화면용 소재를 찾는데, PD는 작가가 구성 틀만 잡아놓으면 화면을 구하는 데 먼저 신경을 쓴다"며 "그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MBC의 한 기자 출신 간부는 "현장에서도 전문 취재 인력 대신 훈련을 받지 않은 젊은 작가들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경향도 그래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사실 'PD저널리즘'이란 말은 외국에선 단어조차 생소하다. 고려대 언론대학원 김인규 석좌교수는 "구미에선 기자는 취재하고, PD는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협업이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최근 한 방송사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자사 관련 내용이 보도된 공기 청정기 회사 관계자는 "방송사는 우리와 민·형사 소송 중인 사람의 발언과 그가 만든 안티사이트를 토대로 취재를 했다. 그러나 이미 형사소송에선 우리가 승소한 상태였다"며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우리 견해는 묵살당했고, 겨우 회사 이름만 익명으로 처리해줬다"고 말했다. 결국 방송이 나간 뒤, 이 회사는 소비자 반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KBS 교양PD를 지낸 정수웅 '한중일 방송프로듀서 포럼' 상임위원장은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에 교양시사 프로그램에서까지 리얼리티를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원칙을 무시하고 쉽게만 만들려다 보니 재연·조작·몰카 등의 무리수가 사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