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는 1월 중순 제2의 SBS로 불리는 경인방송 사업자 선정결과를 발표한다. 새 방송의 주인이 되고 싶은 수백개 기업이 5개 컨소시엄을 만들고 서로 우리가 사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 컨소시엄을 대표하는 기업 대표의 목소리를 2004년 매출액 순서에 따라 차례로 들어 본다.
■KIBS컨소시엄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
'정리정돈'.
경인방송을 원하는 KIBS컨소시엄의 최대주주(30%)인 영안모자의 사훈(社訓)은 옛날 시골 초등학교 급훈 같다. 영안모자는 작년 매출액 4862억원을 기록한 중견기업으로 전 세계 10개 지사를 통해 해마다 1억개의 모자를 판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37%. 2500달러짜리 명품부터 1달러짜리 행사판촉용 제품까지 영안이 만든 모자가 세상 사람들 머리를 장식한다.
"싼 제품은 생산 단가가 1~2달러에 불과합니다. 하나 팔아서 2~3원 남기는 셈이죠.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팔면서 돈을 까먹을 수도 있습니다." 관리의 시작은 정리정돈이라는 게 백성학 회장의 지론이다.
다른 사업에서도 이 단순한 경영철학은 유효했다. 창업 47년을 맞은 영안은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03년 대우버스와 미국 클라크(지게차 생산업체)를 인수했다. 영안이 손 대면 몰락업체들이 살아났다. 대우버스는 인수 첫해, 클라크도 작년 하반기부터 순익을 냈다. 작년 영안의 모자사업 주요 7개 법인은 115억원, 버스사업 주요 4개 법인은 33억원의 순익을 냈다. 백 회장이 거느린 전 세계 40여 개 법인 가운데 적자를 보는 곳은 1개에 불과하다.
백 회장은 방송을 '문화사업'이라고 생각했다. "방송을 통해 부자와 가난한 사람, 배운 자와 못 배운 자를 연결하는 다리 노릇을 할 수 있다"고 했다. KIBS컨소시엄은 수익을 내면 20%를 사회 사업에 쓸 계획이다. "사업계획서에 영안 지분에 돌아오는 배당의 33%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영안모자는 지난해에도 국내 매출의 2.5%를 사회에 기부했고, 중국·베트남·스리랑카·코스타리카 지사에도 영안 관계사가 운영하는 복지시설인 백학마을이 있다. 회장 개인이 그동안 사회사업에 쓴 돈은 100억원. 그에게 있어 방송은 '나눔의 통로'다.
■TVK컨소시엄 변대규 휴맥스사장
"기업이 한 분야의 정상을 차지하면 관련 산업 진출을 생각합니다. 디지털 TV용 장비를 만드는 회사 입장에선 그 위에 올릴 콘텐츠 사업에 손을 대거나, 안에 들어갈 반도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디지털TV용 셋톱박스 분야의 세계적 강자 휴맥스 변대규 사장. "반도체는 마음 먹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지만 방송사업은 언제 기회가 또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 휴맥스는 'TVK컨소시엄'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28.5%다.
휴맥스는 짧은 기간에 빠른 속도로 성장한 이른바 한국 IT 벤처업계 대표 기업이다. 매출액은 지난 1999년 540억7000만원에서 2002년 3576억원으로, 순이익은 1999년 94억원에서 2002년 803억원으로 뛰었다. 매출 중 수출 비중은 95%.
몇 년간 어지러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정상을 향해 달린 휴맥스는 2003년부터 작년까지 숨고르기를 했다. 첨단 제품을 개발했지만 시장이 따라오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다시 세상이 휴맥스를 쫓아오기 시작', 지난 3분기 회사 매출은 2045억원, 영업이익은 193억원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녹화 기능이 있는 셋톱박스, HDTV용 셋톱박스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나오고 있다.
휴맥스가 '방송' 경험이 전무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 2003년까지 유럽과 중동지역 교민들을 위해 공익적 성격이 강한 한국어 위성방송 채널을 운영하다가 KBS에 팔았다.
"방송도 사업입니다. 젊은 벤처기업의 정신과 경영기법을 방송사업으로 옮기면 새로운 방송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방송 콘텐츠와 TV용 장비 두 가지를 모두 아는 업체가 좋은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