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이천수(울산 현대)는 "나도 차분하고 점잖다는 말 듣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러나 우승 트로피 앞에서는 도저히 점잖게 있을 수 없었다. 4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삼성하우젠 K리그 2005 챔피언 결정전 2차전. 골득실 3점차로 울산의 우승이 확정되자 이천수는 김정남 감독에게 제일 먼저 달려들고, 계속해서 동료 공격수 최성국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자! 우승했습니다, 드디어. 그동안 개인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는데 연말 우승 선물이라니! 정말 감동적이지 않나요?"
이날 경기는 울산의 1대2 패배. 그러나 울산은 지난달 27일 1차전에서 5대1로 대승했기에 골 합계 6대3으로 우승했다. 지난 1996년 정규 리그 우승 이후 9년 만의 정상 정복. '준우승 전문'의 꼬리표도 떼어냈다. 울산은 챔피언 트로피와 함께 상금 2억원을 받았다.
김정남 울산 감독은 "인천의 투지가 돋보였지만 우리는 우승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울산은 경기 초반 미드필드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친 인천의 공세에 밀렸다. 전반 14분엔 울산 골키퍼 김지혁이 자기편 공격수에게 공을 던지려다가 실수로 인천의 라돈치치의 발 앞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어이없는 선제골을 허용했다.
정신이 번쩍 든 울산은 바로 응사에 나섰다. 최성국이 전반 18분 이천수의 백 헤딩 패스를 받아 골지역 중앙에서 오른발 터닝슛으로 동점골을 찔러 넣은 것. 이천수는 50경기 만에 22득점 및 2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역대 최단 경기 '20―20 클럽'을 달성했다. 이천수는 "(최)성국이한테 결혼 선물 하나 해준다고 농담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선물을 받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울산은 인천의 파상 공세에 한 번 더 밀렸다. 전반 26분 인천 라돈치치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파고들며 공중에 뜬 볼을 잡아내 총알 같은 왼발 대각선 슛을 꽂아넣었다. 울산 응원석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후반전 직전 선수들을 불러모아 조용히 다독거렸다.
"이제 한 골만 더 들어가도 예측하기 힘들다. 죽어도 더 이상 실점은 안돼." 결국 울산은 배수진의 육탄 수비로 인천의 공격을 막았고 3골 차이를 끝까지 지켜냈다. 특히 골키퍼 김지혁은 전반전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막판에 결정적인 두 번의 선방을 선보였다.
브라질 출신 울산 공격수 마차도는 이날 골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정규 리그 13골로 박주영(FC서울·12골)을 제치고 득점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