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연구원은 '주요 제조업종 생산성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생산성이 미국의 31.4%에 불과해 10년 전 보다 오히려 후퇴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특히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은 1990년의 45.6%에서 2002년에는 26.4%로 크게 떨어져 심각한 상태이다. 업종별로는 조선업만이 노동생산성에서 미국보다 높을 뿐 자동차·반도체·가전·일반기계·섬유 등 전 업종에 걸쳐서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생산성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성장의 걸림돌이 생산성 후퇴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제조업종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이미 중독되다시피 한 부품소재산업의 대일(對日)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대일 무역 적자의 70%가 부품소재산업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리스크가 큰 부품소재의 연구 개발보다는 부가가치가 낮은 가공과 조립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한국은 부품소재 부문에서는 일본에 종속되고, 가공 조립에서는 이미 중국에 밀려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이런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서는 한국 제품의 '짝퉁'(위조·복제품) 제품이 범람하고 있다. 식약품·의류·골프채에서 에어컨·TV·휴대전화기·MP3플레이어·DVD·온라인게임 등 거의 전 품목이 '베끼기'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 가장 흔히 도용당하는 것이 디자인과 기술을 무단 사용한 '짝퉁'이다. 특히 회사명이나 브랜드 네임을 도용하거나 교묘히 변용(變用)해 소비자를 혼란시키고 그 일부는 우리나라로 거꾸로 수입돼 판매될 뿐만 아니라 중남미 등 제3국에 수출까지 되고 있지만 뾰족하게 대책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사실'베끼기'의 원조는 일본에 이어 한국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60~80년대 초까지 의류·장신구 등 극히 일부 품목이었지만 중국은 대담하게도 자동차 등 전 제조업에 걸쳐 중국 정부의 방치·묵인·지원 아래 공공연히 진행되고 있으니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짝퉁'은 정품(正品) 생산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의지 없이는 근절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요 제조업의 생산성은 지난 10여년 동안 계속적으로 하향하고 있고, 일본에 대한 부품소재 의존도는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으며, 중국 정부는 '짝퉁' 제품의 근절 의지가 없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탈출구는 없는가.
생산성 향상과 부품소재 의존도의 개선은 오로지 고(高)부가가치 제품 개발 노력 외에는 달리 왕도가 없다. 그리고 '짝퉁'문제는 피해 업체가 중국 법원에 소송을 줄기차게 제기하여야 하며, 우리 정부는 과거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에게 지적재산권 문제로 압박하였던 학습효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과 협상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 산업디자이너도 디자인 후진국이 아무리 '짝퉁' 공세를 해도 '짝퉁'은 국제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자만심보다는 그들을 경계하고 최첨단 디자인 개발 노력으로 우리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김지철·세종대 예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