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이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 직원 월급을 주기 어려운 것은 물론, 평화유지군 활동 등 각종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할 처지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예산 위기 때문에 4일부터 예정됐던 한국 등 아시아 4개국 순방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고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유엔의 재정 위기는 유엔 재정의 22%를 담당하는 미국이 유엔 개혁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의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면서 "개혁 성과를 봐가면서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개월짜리 예산안을 편성해 개혁을 잘 하면 돈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아난 총장은 지난달 총회에 38억달러 규모의 2006~2007년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 예산안이 올 연말까지 승인 받지 못할 경우, 당장 내년 1분기에만 3억2000만달러의 운영 자금이 부족하다.
미국은 사무총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윤리위를 신설해 직원들의 비위 사실을 적발하고 내부 고발자 프로그램을 마련해 부정 부패를 근절하라고 요구한다. 미국은 "(재정난으로) 유엔의 기능이 정지되면, 유엔 밖에서 국제 문제를 다루겠다"고까지 말하며, 개혁 의지를 앞세운다.
또 유엔 재정의 19.5%를 담당하던 일본마저 상임이사국 진출이 무산되면서, 재정 지원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워런 사크 유엔 재정 감사관은 "유엔은 최근 몇 년 동안 예산 부족으로 그동안 쌓아둔 비상금 2억달러를 끌어다 써왔다"며,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사무처 직원과 평화유지군 월급을 주지 못하는 등 유엔 기능이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