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쇼'다. 각본 없는 드라마, '리얼리티 쇼'다. 이곳 영국에서 축구는 단순히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 아닌 또 다른 대중문화(엔터테인먼트)로 대접받고 있다. 당연히 즐거워야 한다.
대부분 신문들은 두 가지 관점에서 경기를 분석한다. 첫째는 승패와 전술. 둘째는 '흥미'다. 이 둘을 얼마나 충족시켰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더 타임스는 '별(★)점 평가'를 한다. 영화평처럼 '별 5개 만점에 몇 개'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지난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웨스트햄 경기는 별 4개, 토튼햄―위건전은 별 3개, 첼시―포츠머스전은 별 2개였다.
더 타임스는 '엔터테인먼트 순위'를 따로 만들기도 한다. 골은 8점, 공이 골대를 맞히면 6점, 유효 슈팅은 4점, 파울은 1점 감점 등이다. 경기를 단순히 계량화한다는 점이 단순해 보이긴 하지만 '공격 축구가 재미있다'는 잉글랜드 축구의 전통을 지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첼시가 이번 시즌 1008점으로 1위, 맨유가 781점으로 2위, 아스날이 767점으로 3위, 리버풀이 668점으로 4위다. 토튼햄은 588점으로 11위, 534점의 위건이 그 뒤인 12위, 선더랜드가 460점으로 꼴찌다.
1~3위 팀의 프미미어리그 성적 순위도 똑같다. 축구 잘하는 팀이 볼 거리도 많이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위건(4위)은 돌풍의 주역이긴 해도 별로 화끈하지는 못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더 선'이나 '데일리 미러' 같은 타블로이드지는 엔터테인먼트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경기에 대해 정말 '형편없다'고 대놓고 비난해댄다.
그런 점에서 첼시는 '언론의 적'으로 꼽힌다. 화려한 멤버를 가지고 독주하는 바람에 순위 다툼을 싱겁게 만들고 있기 때문.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단조로운 4-3-3 포메이션을 앞세운 교과서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이유도 비난 거리다. 주제 무리뉴 첼시 감독과 프랭크 램파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우리가 왜 재미없는 팀으로 꼽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축구 감상법' 도 독특하다. 홈팀의 세트 플레이나 공격 상황 때 응원의 박수를 치는 건 당연하고, 수비로 바뀌는 상황에서도 관중 대부분이 일어서서(혹은 앉아서라도) 격려의 박수를 친다. 마치 뮤지컬에서 1막 1장이 끝났을 때 일제히 박수를 보내는 것 같다. 그래서 선수들이 그저 '경기'를 하는 게 아니라 '공연'을 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