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시어머니 왔다. 열심히 연습하자, 열심히!" 프로배구팀 LG화재의 최고참 함용철(36)은 브라질 선수 키드(34·본명 길마 나시멘토 테이세이라)가 코트에 나타나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후배들에게 외친다.
연습이나 선수단 미팅을 할 때마다 '모범생' 기질을 드러내는 키드를 시어머니에 빗댄 것이다. 1989년부터 2001년까지 브라질 국가대표를 지냈고, 이탈리아와 벨기에 프로팀에서 뛰었던 키드는 LG화재에 합류한 지 한 달 만에 팀 분위기를 바꿔 놓고 있다. 이경수는 "자기 관리가 철저하더라"고 했다. 컨디션 조절에 문제가 된다며 밤 9시 이후엔 아무것도 안 먹는다는 것. 아침식사를 마친 뒤 휴식하는 한국 선수들과 달리 그는 곧바로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향한다.
선수단 미팅 때는 감독 앞에서 동료들의 문제를 거침없이 지적해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도 한다. "연습 때 100% 전력을 다해야 경기에서 제 실력이 나오는 법인데, 왜 연습을 적당히 하느냐"는 그의 질책에 동료들이 뜨끔한 적도 있었다. 김성채는 "비디오 분석 때 감독님께서 하실 말씀을 키드가 먼저 할 때가 간혹 있다"고 전했다.
영어도 곧잘 하는 그는 팀의 주 공격수 이경수에겐 "공격 방향을 다양화하라"는 충고를 했다. 공격이 단조롭고 수비를 잘 못해 1992년 올림픽 멤버로 뽑히지 못했던 자기 경험도 들려줬다. 보신탕과 자장면을 맛있게 먹고, 회사 간부에게 "싸랑한다"고 말할 만큼 한국 생활에 적응한 키드는 내달 3일 개막하는 V리그에서 팀의 기둥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팀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최장신(2m6) 숀 루니(23·미국)는 오후 연습을 마치고 나면 큰 소리로 "배고파요, 밥 주세요"라고 외친다. 후인정에게는 "인정 형님"이라고 부르며 깍듯이 모신다. 같은 또래의 이선규, 오정록에게서 배운 것이다. 이달 초 시범경기 때 이선규가 꽃다발을 한아름 받아 들고 오자 "인기 많다"고 했다가 빈손인 박철우에게는 "인기 적다"고 외쳐 동료들을 웃겼다고 한다.
그 역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훈련 집합 시간을 어겨본 적이 없고, 엄하기로 소문난 김호철 감독에게 야단 한번 맞지 않았다. 김치와 불고기, 삼겹살을 즐겨 먹는 루니는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일단 친해지면 장난을 먼저 건다. 미국의 부모님께 보낸다며 캠코더를 들고 팀 동료와 인터뷰를 하고, 팬클럽 회원들의 열광하는 모습을 찍는 그의 천진난만함 덕분에 선수단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