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9일 정기국회가 끝나지만 여야는 8·31 부동산대책 관련법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조만간 정책위 의장 회담을 갖고, 주요 쟁점들의 일괄 타결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국민연금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관련법

정부가 8·31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부동산관련법 14개 중 개발이익환수법 등 3개 법안이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9일 뉴타운 특별법 등 3개 법안이 국회 건교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핵심 법안인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은 최종 타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종부세는 과세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내려 과세 대상자를 늘리자는 여당의 개정안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한나라당 일부에선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아직 당론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여권은 한나라당을 '부자 옹호당'이라며 몰아세우며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부동산 관련 입법을 자신들이 주장해 온 감세(減稅)와 연계시킬 듯한 태세다.

◆안기부 도청 관련법

여야의 기존 입장이 뒤바뀌었다. 야당의 특검 도입 주장에 반대해 온 여당이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대신 도청 테이프 내용 공개를 위한 특별법도 같이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도청만 검찰의 집중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정치적 곤경에 빠진 것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어떻게든 김영삼 정부 시절의 도청 테이프 공개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 도입을 위한 법안까지 제출했던 한나라당은 이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특검에 소극적으로 돌아섰다. 테이프 내용 공개를 위한 여당의 특별법엔 여전히 반대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9일 당·정 협의를 열고 8·31 부동산대책의 후속 대책을 협의했다. 오른쪽부터 한덕수 경제부총리,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기원기자 kiwiyi@chosun.com

◆2006년 예산안

한나라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8조9000억원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정부 원안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9일, 내년 예산안을 법정 기일인 다음달 2일까지 처리해달라고 했지만, 결국 12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들이다.

삼성 지배구조와 관련한 금산법에 대해 여당은 삼성카드가 갖고 있는 삼성전자 등의 초과 주식은 일정 기간 내에 처분하고, 삼성생명의 초과 주식은 의결권만 제한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당론을 정하진 않았지만 삼성생명의 초과지분을 허용하자는 당초 정부안을 선호하는 의원들이 많다.

◆사립학교법과 비정규직법

2004년부터 여야가 공방을 벌였던 사립학교법에 대해 여당은 반드시 이번 국회 때 처리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한나라당은 비리 사학에 한해 공영 이사제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여야 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후 표결처리 가능성도 배제키 힘들다.

비정규직 관련법은 여당과 한나라당 모두 노사 합의를 전제로 이번에 처리하자는 데 이견이 없다.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 차이도 좁혀지지 않고 있고, 민노당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여당 이목희 제5정책조정위원장은 "30일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여당이 결단해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3년간 시간을 끌어왔던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이번에도 처리를 장담키 힘들다. 여야 모두 국민들이 내는 돈은 많아지고 나중에 받는 돈은 적어지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에 뒤따를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한 국회 특위 활동시한인 내년 2월까지 합의안조차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