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블로커

피아노 독주회를 열기 위해 최근 방한한 로버트 블로커(58) 전(前) 예일대 음대 학장은 '황금 팔을 가진 피아니스트'로 불린다. 피아노 연주도 물론 뛰어나지만 지난 10년간 대학 기부금을 2억6700만달러(약 2700여억원)나 유치한 데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95년 예일대 음대 학장에 부임한 뒤 3000만달러에 그쳤던 음대 기부금 유치액을 2억6700만달러로 끌어올렸다. 지난 봄에만 1억달러의 기금을 이끌어내 단일 규모로는 최대 규모의 기부금 유치 기록을 세웠다. 덕분에 지난 7월 예일대를 떠나 미국 댈러스의 서던 메소디스트대학(SMU) 부총장으로 전격 스카우트됐다. 음악인이 행정가와 교육자로서 학교 기부금 유치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미국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기부금 액수가 중요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기업이든, 변호사든, 평범한 학부모가 됐든 직접 만나서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학교를 위해 기부하는 것이 곧 우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득해 왔습니다." 기부자의 인적사항은 원칙적으로 비(非)공개가 원칙이라고 한다.

매년 수백여 명을 만난다는 그는 "학교 행정과 내 음악을 위해 하루에 아주 적은 시간만 잠을 잔다"고 했다. 그는 "기부금 유치가 중요한 건 미래의 음악가들이 학교에 비싼 등록금을 내지 않고도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부금을 통해 우리는 빚을 지지 않고도 음대 건물을 개조했고, 정상의 교수진을 모셔 왔으며, 스타인웨이 피아노 74대를 마련하는 등 재정 지원을 든든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예술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출발하듯 음악 역시 사람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국가(國家)가 국가(國歌)를 만들고 국경일마다 그 음악을 부르게 하는 거죠." 실제 블로커 교수는 교수·학생·동문들로 구성된 예술 자원봉사팀을 꾸려 미국 내 소외된 지역의 공립 학교에 예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5월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장례식 때 조사(弔辭)를 읽기도 했던 그는 별도의 한국어 명함을 갖고 다닐 정도로 한국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한국인 학생들은 부지런하고 무엇보다 성취욕이 강하다"고 평했다. 12월2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연주회에서는 현대작곡가 슈반트너의 '펠린드롬'을 아시아 초연하고, 슈만의 '환상소곡집' 등을 연주한다. 문의 (02)6303-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