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 내린 행정중심도시 특별법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 却下각하 결정에서 전체 재판관 9명 중 현 정권 들어 임명된 세 재판관이 같은 목소리를 낸 게 유독 눈에 띈다. 전효숙·이공현 재판관은 대법원장이, 조대현 재판관은 열린우리당이 각각 추천했으며 전·조 재판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생이다.

이들은 다수의견과 却下각하의 결론은 같이하면서도 '별개 의견'을 통해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 자체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0월 헌재가 재판관 8대1의 결정으로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것은 관습헌법인데 신행정수도 건설은 개헌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행정수도를 만들려는 것이므로 신행정수도법은 위헌"이라고 했던 논리를 부정한 것이다.

물론 헌재재판관들의 법 해석은 존중돼야 한다. 따라서 재판관들의 법적 판단에 대한 異見이견을 재판관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표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이 '수도라는 관습 헌법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세 재판관의 목소리를 듣고, 노 대통령이 지난해 헌재의 신행정수도법 위헌 결정이 나오자 "(수도 이전이 관습헌법 사항이란 건)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고 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막을 도리는 없다. 세 재판관은 지난달 "2002년 민주화보상심의위가 전경들을 납치·감금해 놓은 장소에 석유를 뿌려뒀다가 전경을 구출하러 경찰들이 들어오자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들을 불에 타 죽게 하거나 중화상을 입게 만든 동의대사건 관련자들을 민주화운동자로 결정한 건 위헌"이라며 순직 경찰 유가족이 낸 헌법 소원에 대해서도 약속이나 한 듯 "유가족의 명예가 침해되지 않았다"며 한목소리로 각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 눈에 헌법재판관들이 그들을 임명한 정권이나 그 정권과 같은 편의 생각을 거의 그대로 옮기는 듯이 비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재의 권위나 헌재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권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거나 그 정권의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은 정치 권력에 의해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도 마지막 호소처로 헌재를 떠올리는 데 주저할 것이고 그런 일이 쌓이다보면 결국 헌재 결정은 툭하면 정치적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더구나 내년 9월까지 5명, 내후년 3월에 1명 등 헌법재판관 6명을, 그 가운데서도 최소 3명은 대통령 뜻에 맞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어 결국 이 정권 임기 안에 헌재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9명 전원이 바뀌는 셈이다. 그러면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몫, 그리고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재판관까지 모두 7자리를 정권에 가까운 사람 혹은 정권이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는 데 최소한 재판관 6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르면 내년 9월 이후부턴 이 정권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들이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되는 셈이다. 정말 그런 길을 밟아나간다면 헌재가 국민의 뇌리에서조차 사라지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