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2005 APEC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국제도시로서의 역량을 한껏 과시하는 성가(聲價)를 거두었다. APEC 회의 기간중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공식 선언한 부산시는 이같은 성가를 바탕으로 올림픽 유치를 향한 추진력을 한결 보태게 되었다.

20일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www.whitehouse.gov) 초기 화면엔 부산 사진이 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묵었던 호텔 창너머로 내다보이는 해운대 전경, 동백섬 쪽에서 보는 석양 속의 광안대교와 수영만 매립지 고층 건물…. 백악관까지 부산시의 이미지를 확실히 새기는데도 성공한 셈이다.

APEC을 통해 부산이 이름만 날린 것이 아니라 그 품격도 높아졌다. 회의 기간 허남식(許南植) 부산시장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 쩐 득 르엉 베트남 주석과 1시간 이상의 만찬 회동을 했다. 허 시장은 또 3~4개의 다른 국가 정상과도 10~20분간의 짤막한 만남을 갖는등 나름대로 '정상(頂上)외교'에 참여했다.

부산은 APEC에서 실리(實利)도 짭잘하게 챙겼다. 부산시·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등은 투자환경설명회를 통해 13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1년간 부산이 유치한 투자 2200억원의 절반을 넘는 거액을 단 며칠 만에 끌어들인 것이다.

1, 2차 정상회의장으로 쓰였던 벡스코와 누리마루APEC하우스는 세계적 명소가 됐다. 향후 고품격 컨벤션홀 등으로 쓰일 누리마루 등은 세계 컨벤션 시장을 향해 도약할 날개를 단 셈이다. 정해수 벡스코 사장은 "APEC을 계기로 부산의 컨벤션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며 "향후 대규모 회의 유치 등 마케팅에도 아주 유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차량 2부제에다 회의장 주변 봉쇄에 따른 불편 등을 감수하며 'APEC 성공'을 이끌어낸 주역, 부산시민들의 자신감도 빼놓지 못할 성과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베테랑들과 외교통상부 등 중앙정부의 정예 공무원들과 손발을 맞추며 경험을 쌓은 부산시 공무원들의 '업 그레이드'도 부산이 얻은 소득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옥의 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100만명의 인파가 몰려 도시 전체를 마비시켰던 광안리 해상 불꽃쇼에서 보여준 행사 운영 능력의 미숙, 9300여명의 회의 참가자중 고작 700여명이 부산 투어를 하는 데 그친 참담한 성과, 19일로 예정됐던 해외 유명 CEO와 지역 기업인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골프 회동의 무산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 해도 부산의 전체적인 수지는 '대박'을 터뜨렸다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는 평가다. 허 시장은 "이번 APEC을 통해 올림픽 유치가 결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아니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부산은 2020년 하계 올림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