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는 임춘애를, 나애리는 안톤 오노를 연상시킨다” “나애리는 원래 하니였고, 하니의 원래 이름은 ‘포니’였다”
17일 방송된 EBS 프로그램 ‘애니토피아’가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에 얽힌 뒷이야기를 밝혔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달려라 하니’의 주인공은 애초 ‘하니’가 아니라 ‘나애리’였다. 이와 관련, 원작자인 만화가 이진주(李珍珠·53·인덕대 조교수)씨는 프로그램에 나와 “원래 남자 청소년용 순정만화를 기획했었고 주인공도 16세의 고교 1년생인 ‘나애리’로 그려질 예정이었다”며 “그 사이 목표 독자에 대한 계획이 바뀌면서 주인공이 지금의 ‘하니’가 됐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이름과 관련한 일화도 있다. 성이 ‘하’, 이름은 ‘니’인 ‘하니’의 원래 이름은 ‘포니(pony·조랑말)’. 가볍고 경쾌하게 달리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당시 판매되고 있던 승용차 ‘포니’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 못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란 느낌을 주는 ‘나애리’란 이름은 이기적이고 무례한 ‘나쁜 계집애’ 나애리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씨는 “조카 이름인 ‘애리’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두 캐릭터가 연상시키는 실제 인물도 흥미롭다. 프로그램은 “하니의 경우 가난한 환경에서 열심히 달리기를 한다는 점에서 육상 선수 임춘애를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애니메이션 제작 2년 전에 열린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육상 3관왕에 오른 임씨는 “라면만 먹고 뛰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일약 ‘헝그리 정신’의 대명사로 오른 인물.
나애리와 가까운 실제인물에 대해 프로그램은 “워낙 캐릭터가 강해서 쉽게 찾기 힘들다”며 “하지만 평소 성격과 행동 때문에 그렇게나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캐릭터도 드물다는 점에서 나애리는 ‘안톤 오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봤다.
프로그램은 ‘건방지기 그지 없는’ 나애리의 목소리와 ‘부드럽기 그지 없는’ 내레이션이 알고 보면 한 사람이 맡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 주인공은 탤런트 차태현의 어머니로도 알려진 성우 최수민 씨.
주인공 못지 않은 경쟁 구도를 보여준 두 친구 ‘홍두깨 선생’과 ‘준태(나애리의 코치)’의 관계도 되짚었다. 이 가운데 ‘홍두깨 선생’의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 장정진 씨는 모 방송국 추석 특집 프로그램 녹화 도중 소품용 떡에 목이 막혀 실신한 뒤 작년 10월 11일 타계해 큰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달려라 하니’는 1988년 제작된 한국 최초의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원작자 이씨가 1985년부터 1987년까지 만화잡지 ‘월간 보물섬’에 연재한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86아시안게임·88올림픽게임으로 우리 사회에 스포츠 열풍이 뜨겁던 시기에 ‘육상’이라는 소재를 다룸으로써 ‘국민적 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추억의 명작이다. “나애리, 이 나쁜 계집애” “엄마, 끝까지 달릴거야” 등 다양한 ‘명대사’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