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아파트 인·허가 비리 수사가 청와대, 감사원, 건설교통부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이 사업 시행사인 J건설로부터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을 최근 전격 구속한 데 이어 정찬용(鄭燦龍)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개입한 의혹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불가입장' 5개월 만에 '가능'으로
검찰에 따르면 J건설의 브로커 이모씨와 서모씨는 정 전 수석과 건교부 및 감사원을, 김모씨와 함모씨는 경기도를 상대로 각각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J건설은 작년 3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고잔리 31만㎡에 아파트를 짓겠다며 경기도에 지구단위계획 승인을 요청했다. 경기도로부터 승인 여부를 질의받은 건교부는 같은 해 5월 '사업 불가'를 통보했다.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해당 지역은 20만㎡까지만 개발이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이때 감사원이 나서 건교부에 대한 민원처리실태 감사를 벌이면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개발제한 면적을 주택법상 개발면적이 아닌 지구단위계획 전체 면적을 적용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법령을 잘못 해석해 예산 낭비를 불러왔다"며 담당 공무원 3명에게 '주의촉구' 지침도 내렸다. 건교부는 감사원 지적을 받은 후 작년 10월 '불가' 방침을 '가능'으로 바꿔 통보했다. 검찰은 특히 오포읍 아파트 사업과 관련한 감사원의 '자연보존권 내 지구단위계획 관련 질의회신 등 부적정' 감사가 이뤄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외압(外壓)'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 전 수석은 경남 거창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던 당시 J건설의 브로커 이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수석은 13일 밤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씨와는 친한 사이"라면서 "작년 하반기쯤 이씨로부터 (광주 아파트 인·허가와 관련한) 부탁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건에 대해서는) 인사수석실 직원을 시켜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시키라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일이 바빠서 이후에는 (민원 진행상황을) 챙겨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민원 처리 과정에서 정 전 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여권으로 번지나
지금까지 검찰수사는 광주 아파트 인·허가 관련 비리 의혹과 관련해 주로 야당 쪽을 겨냥하고 있었다. 우선 한나라당 출신의 박혁규(朴赫圭) 전 의원과 김용규(金容圭) 광주시장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구속된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도 작년 총선 때 수원 영통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 전 수석의 개입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수사 방향이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주변에서는 청와대와 감사원 관계자 등 3~4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