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그토록 공개를 꺼려왔던 정보 예산의 규모가 중앙정보국(CIA) 고위 관리의 '말실수'로 드러났다.

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위성 수집 정보에 대한 공개 콘퍼런스에서 CIA 경력 27년의 베테랑인 메리 마거릿 그래험 부국장은 미국의 연간 정보 예산이 440억달러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케빈 화이트로우 기자에 의해 지면에 실렸다.

미 정보예산은 그동안 약 400억달러로 추정됐기 때문에, 수치 자체가 놀라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보예산의 규모가 이처럼 허술하게 공개된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전체 정보 예산의 규모가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계속 소송을 벌였다. 심지어 1940년대 정보 예산이 공개되는 것조차 꺼렸다. 특히 CIA 예산의 경우, 1997년 정보공개법에 의해 예산공개 소송이 걸리자 조지 테닛 당시 CIA 국장이 그해 예산은 266억달러, 다음해 예산은 267억달러라고 밝힌 것이 전부다. 정보 관리들은 전체 예산을 공개하면, 그 다음에는 세부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었다.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측은 그래험 부국장이 공개한 수치가 정확한 것인지, 또는 공개가 실수였는지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김기훈특파원 kh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