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DVD가 시판된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현대 기술의 발전 속도로 볼 때, 규모는 크지 않지만 DVD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셈. 2000년 이후 극장 흥행작은 대부분 DVD로 출시되어 있고 그 수준 또한 세계적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한국 영화가 있기까지 그 바탕이 되었던 90년대 작품들은 DVD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것이 거장 임권택 감독의 작품일지라도 말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한국 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던 '서편제'는 DVD로 존재하지 않았다. 부연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서편제'는 한국인의 한을 판소리를 통해 표현하여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수작 중 수작이다. 또한 김수철의 빼어난 영화 음악은 지금 들어도 그 애절한 느낌이 듣는 이의 가슴을 파고든다. 한 마디로 왜 이제야 DVD로 출시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올 상반기 판권을 가진 영화사와 DVD 제작사가 합병을 했다는 사실이 작은 답변이 될 수 있겠다.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인지 '서편제'만 달랑 출시된 것이 아니라 이와 더불어 '장군의 아들'과 '춘향뎐'도 비슷한 시기에 선보였다. 팬이라면 출시 자체만으로도 반가울 터이지만 여기에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추가된다. 10년 이상 지난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좋은 화질로 출시된 것이다. 제작사는 마케팅을 위해 'HD 텔레시네'라는 약간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감탄을 자아낼 만큼 깨끗한 영상이 DVD에 담겨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다만 음질이 화질만큼 우수하지 못해 아쉽고 부가 영상도 거의 담겨 있지 않다. 향후에 출시될 작품에는 임권택 감독이나 정일성 촬영 감독의 음성 해설이 포함되기를 기대해 보지만 요즘 시장 상황에서는 바람으로만 끝날지도 모르겠다.

DVD는 하나의 '상품'이기도 하지만 '기록'이기도 하다. 10년, 20년 후에는 진일보된 매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터이지만 그때까지 원본 필름이 보존되고 관계자들의 기억이 또렷하리라는 장담은 그 누구도 하지 못한다.

영화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은 영화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디지털로 보존하고 후세에 유산으로 남겨주기를 희망한다. 앞으로 '태백산맥'을 비롯하여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도 계속해서 DVD로 선보일 예정이다.

(박진홍 DVD프라임 대표 park@dvdpri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