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2006년도 남북협력기금 운용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정부출연금 외에 국채 발행으로 45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향후 5년간 남북경협추진위 합의사항 이행과 대북 송전 준비 등에 5조2500억원이 소요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것은 식량 및 비료지원, 철도·도로 연결 관련 비용, 대북관광 기반시설 지원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비이다. 많은 국민들은 빚을 내가면서까지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서울 시민의 68.9%가 대북 지원금 액수가 많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 대표적인 예다.
물론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 준비라는 측면에서 인도적 차원의 합리적인 대북 지원을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은 불가피하게 지출해야 하는 우리의 통일비용이다. 이를 두고 무조건적으로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것 역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대북 지원이 일방적 시혜에 그치지 않고 평화 정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노력 여부이다.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재정 부담을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나라 빚으로 무조건적인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국민적 합의가 결여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이 큰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정부의 대북 지원이 북한의 변화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그룹과 북한의 갈등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우리 기업의 경영에까지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정부의 침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기본 권리인 인권 문제에도 이상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비료를 줘서 사람들이 탈북(脫北)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인권 개선"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들이 탈북할 자유를 박탈당한 채 인간 이하의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이 정부가 생각하는 자유와 인권이란 말인가?
물론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약이 없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라면 조건 없이 도와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원칙 없는 일방적인 대북 지원과 남북 경협이 과연 그러한 것인지는 한 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현 정부의 대북 지원과 남북 경협 방식은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북한 주민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대북 지원과 남북 경협은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북한의 변화를 먼저 촉구해야 한다. 특히 인권 문제에 계속 침묵하는 것은 범죄 행위와 다름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북한의 눈치를 보며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말고 할 말은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걱정하고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경청해야 한다.
우리의 대북 지원과 경협 사업이 북한의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고 북한의 변화를 하나 둘씩 이끌어낼 때,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서라도 적극 나설 것이다. 정녕 이 정부가 대북 지원 사업에 정치적 의도를 담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朴 振 한나라당 국회의원 )
對北 지원… "平和·相生의 두 토끼 잡는 길"
任 鍾 晳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지난 10월 28일부터 남북의 공무원들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경협과 개성공단 문제를 위해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흙먼지 사이로 신기루처럼 서 있는 개성공단 시범단지 공장들, 그 가운데 북측 노동자 3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한 의류업체는 이미 투자의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자랑스레 얘기한다. 노동생산성과 비용절감 효과가 중국 칭다오 공장보다 높다며, 개성공단에 공장을 확대하기로 하고 신청해 두었다고도 한다. 바야흐로 평화와 협력의 ‘메이드 인(Made in) 개성’ 시대가 개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협력기금 운용 계획을 둘러싸고 최근 대북(對北) 퍼주기 논란이 재현되고 있고, 이미 화석이 되었어야 할 냉전과 반북(反北)의 논리는 여전히 기세를 올리고 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대북 퍼주기’ 주장에선 국가전략과 경제성 분석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악의적이고 감정적인 여론 선동이 느껴진다. 투입보다 산출 효과가 더 크다면 투자는 확대하면 할수록 좋다. 그것이 경제상식이다.
2006년 남북협력기금의 남북협력계정 1조2632억원 중 6572억원은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건설, 그리고 10차 경추위에서 합의된 남북교류협력기반 조성 사업에 쓰인다. 북핵 문제 해결 이후 급증하고 있는 남북경협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비용이다.
제4차 6자회담의 타결로 국가 리스크는 감소했고, 국가 신용등급은 상향조정되었다. 국가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상승해도 투자 유입은 5억달러, 순수출은 5400만달러 증가한다. 해외자금 조달 금리가 인하됨으로써 우리나라 대외채무 1884억달러에 대한 이자 비용만 연간 2억달러 정도 절감되고, 주가 상승으로 시가총액이 20조~30조원 증가하게 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 지원 등 우리 정부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6조5000억~11조원을 훨씬 능가하는 경제적 효과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개성공단 2단계 개발에 직접 참여하여 100만평의 중소기업 전용 공단을 2008년까지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위기의 중소제조업에 개성공단 조성과 남북경협은 유일한 탈출구이자 현실적 대안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북방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는 남북 경제협력과 한반도 평화정착이 본궤도에 오르고 북한의 개혁·개방이 가속화됨에 따라 가시화되는 한국 경제의 북방전략이다. 북한의 개방과 남북경협이 확대되면 북한은 분단으로 인해 섬나라 경제와 다름없던 우리에게 북방대륙으로의 진출과 유라시아 물류중심기지로서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교두보를 제공하는 ‘블루오션(Blue Ocean)’이 될 것이다.
서독은 통일 이전에 18년간 동독에 총 574억달러, 매년 32억달러를 지원한 데 비해 우리의 대북 지원 규모는 2004년 정부·민간 합해서 2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EU도 1995년 이후 올해까지 4억2000만 유로의 인도적 대북 지원을 지속해 오고 있으며, UN 인도지원조정국 자료에 따르면 2001년까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1위는 놀랍게도 미국이었다.
마침내 남북 교역이 1조원 시대에 진입했고 금강산 관광객은 100만명을 돌파했다. 개성공단에 3년 내 공장 1000개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제 한국의 국가전략과 경제정책은 북한을 배제하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최근 “한나라당이 대북 퍼주기라는 용어로 비판하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이야말로 남북경협 비용은 평화와 상생(相生)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길이라는 데 초당적 합의를 이루어야 할 때이다.